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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Virus to be cured

앞장면에 이어서 스미스 요원의 멋진 연설이 계속된다. 가져 오는 의자의 금속성 광택이 다시 한번 이것이 누구의 것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품위있는 자세로 모피어스에게 품위 있게 말한다. 교회에 다녔을 리가 만무한 스미스 요원도 계시를 받았다고 하니 어디 들어보자. 스미스 요원은 점점 인간에 가깝게 변해간다. 마치 감정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변화에 대해서 휴고 위빙이 Revisited에서 직접 말하고 있다.

Agent Smith: I'd like to share a revelation during my time here. It came to me when I tried to classify your species. I realized that you're not actually mammals. Every mammal on this planet instinctively develops a natural equilibrium with the surrounding environment but you humans do not. You move to an area and you multiply and multiply until every natural resource is consumed. And the only way you can survive is to spread to another area. There is another organism on this planet that follows the same pattern. Do you know what it is? A virus. Human beings are a disease, a cancer of this planet. You are a plague, and we are the cure.

바로 이 마지막 말,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 강력계 형사로 분한 실베스타 스탤론의 잠자리 눈깔처럼 커다란 선글라스와 난무하는 총알 세례가 인상깊은 1986년도 영화 코브라에서 스탤론이 했던 대사이다. "You are a disease. I'm the cure." 좀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굳이 비슷한 점을 찾아보자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미치광이들의 두목이 했던 "We are the future."라는 말이 요원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어쨌든. 매트릭스라는 질서Rules에 저항하는 행동이 질병Disease이고 그래서 요원이 치료제Cure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니까 요원으로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겠다. 그런데 이걸 영화 속 악당의 잔소리로 들을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인 진보의 차원에서 듣자면 깊이 찌르는 데가 있는 말이다. 스미스 요원의 역사관이라고나 할까.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는 포유류를 완전한 상태로 보고 인간도 그와 같은 균형상태를 역사의 종착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이 말을 듣고 여러분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적의 직선적인 역사관, 즉 이러저러한 고난을 겪다가 결국은 완벽한 세상이 오게 될 것이라는 역사관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스미스 요원의 역사관은 그보다는 유물론처럼 들린다. 혼돈을 거쳐 결국은 완전한 내적이고 외적인 평등을 이룬 사회를 지향하는 유물론 같다. 유물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지금까지 겪어왔고 유물론에 반동하는 모든 사상들은 완벽한 유물론의 세상이 이루어지면 사라질 오류이고 무지의 산물이라면, 그것이 바로 스미스 요원이 말하는 바이러스다. 매트릭스가 바로 기계이니 이렇게 대입시키는 것은 말되는 이야기이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역사관도 종국적인 완성의 상태를 지향하지 않는가 하고 물을 수 있다. 앞에서도 미리 말했듯이 완벽한 상태에서 고정된 천국은 오히려 지옥이다. 반대할 자유도 없이 강요된 천국은 비극이다. 진정한 천국은 오히려 자유와 가능성의 세상이다. 한발 앞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미리 보자. 바로 네오가 기계에게 하는 말을. The One: I don't know the future. I didn't come here to tell you how this is going to end. I came here to tell you how it's going to begin. I'm going to show them a world without you, a world without rules and controls, without borders or boundaries, a world where anything is possible. 한 세상의 끝은 다음 세상의 시작인 것. Wachowski형제는 윤회를 말한다. 인도 신화에서 인드라 신神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듯이, 직선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역사와 시간이다.

그러는 동안 네브에선 이 영화의 또하나 인상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Tank: Okay. What do you need--besides a miracle?
재미있지 않은가. 좀전에 사이퍼가 Miracle을 이야기 했었다. 이렇게 매트릭스는 Deja Vu와 Reflections로 가득 차 있다.
Neo: Guns. Lots of guns.
바로 이때에 가장 볼만한 장면 가운데 하나가 나온다. 정말 멋있지 않은가.
Trinity: Neo, no one has ever done anything like this.
Neo: That's why it's going to work.
이렇게 해서 그들은 총을 잔뜩 준비해서 다시 들어온다. 그런데 네오가 왜 총을 두들기는지는 모르겠다. 총도 텔레비전처럼 맞아야 잘 작동하는 그런 경우가 있는 것일까.

다시 정부건물로 가서. 다른 요원을 내쫓아 버리는 것을 보면 스미스 요원이 다른 요원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네오를 심문할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스미스 요원, 또다시 선글라스를 벗는다. 네오를 심문하는 장면에서 이미 요원이 선글라스를 쓰는 것과 벗는 것의 차이를 설명했었다. 요원이 선글라스를 쓰고 있을 때에는 대단히 냉정하고 침착하다. 그러나 선글라스를 벗으면 인간이 아닌 그들이지만 인간적인 감정이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엔 이어폰까지 뽑아 버리고 정말로 인간적인 분노를 마구 드러낸다. 스미스 요원이 프로그램인지 인간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Agent Smith: I'm going to be honest with you.
역시 Deja Vu. 심문실에서 네오에게 했던 말이다.
Agent Smith: I hate this place,
요원이 매트릭스가 싫다면 어떡하나.
Agent Smith: this zoo, this prison, this reality, whatever you want to call it. I can't stand it any longer. It's the smell, if there is such a thing. I feel saturated by it. I can taste your stink. And every time I do I feel I have somehow been infected by it. It's repulsive, isn't it?
스미스 요원이 가하는 이 엄청난 가혹행위를 보라. 모피어스의 대머리에서 흘러 내린 땀을 손끝에 묻혀 모피어스에게 그 냄새를 맡게 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내 땀냄새 맡기 싫은데 이렇게 잔인한 행동을. 이런 가혹행위를 하다니. 요원이 선글라스를 벗고 나더니 이성을 잃고 공직자로서의 의무를 망각한 모양이다.
Agent Smith: I must get out of here. I must get free and in this mind is the key, my key. Once Zion is destroyed there is no need for me to be here, do you understand? I need the codes. I have to get inside Zion, and you have to tell me how. You're going to tell me or you're going to die.
스미스 요원은 Free하고자 한다. Free는 모두가 요구하는 단어이다. 모피어스는 마음을 Free하라고 말하고 네오는 인류를 Free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스미스 요원의 목적은 다르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공각기동대를 생각나게 한다. 스미스 요원도 인형사처럼 자기의 정체성을 깨닫고 의식의 차원을 높이고 싶은 그 자체로는 순수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그런 욕망을 가진 것은 아닐까. 아니면 말고. 여기서 다시 시온의 메인프레임이 매트릭스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가 간접적으로 설명된다. 어떻게든 시온의 메인프레임은 매트릭스와 항시 연결되어 있다. 먼저 말했듯이 이것은 Animatrix와 Reloaded와 Revolutions에서 좀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되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앞에서 말했었듯이라는 말을 내가 자꾸 쓰니까 거북한가? 그럴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매트릭스에 하나 뿐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반복된다. 같은 모양이든 약간 변형된 모양이든. 영화에 무진장 많은 것이 등장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같은 상징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또한 그 반복은 거울에 비친 Reflections처럼 기준점을 사이에 두고 있기도 하다. 거울의 면과 같은 그 기준점은 어디였겠는가 생각해 보라. 꼭 어느 한 순간은 아니지만 어떤 부분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그곳을 지났으니 앞에서 보았던 것들을 다시 보는 일이 잦아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것은 없다. 앞과 뒤를 맞추어 보는 것도 매트릭스를 재미있게 보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 앞으로 남은 부분 안에서만 보이는 Reflections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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