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The Matrix / 6. Unable to speak
홈으로
The Matrix로
이전으로 / 다음으로

6. Unable to speak

네오가 요원들에게 체포되어 건물 밖으로 끌려 나오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트리니티가 탄 오토바이의 후사경에 이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정상 속도인데 후사경에 비친 모습은 슬로우모션이다. 헬리콥터 폭파 장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다. 이것은 매트릭스가 실재가 아님을 보여주는 또하나 작은 단서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거울을 통해 보듯 하나의 세계 속에 또다른 세계가 있다는 매트릭스의 개념을 전달한다는 것이 정석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발전소에 꽂힌 사람들 하나하나의 두뇌에 가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매트릭스로선 쉬운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모든 복잡한 현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많은 연산을 요구하는 일이어서 매트릭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이런 지연Delay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네오를 차에 태우고 요원도 차에 타지만 스미스 요원만은 차에 타려고 하다가 멈추어 선다. 그리고 트리니티가 있는 쪽을 바라본다. 트리니티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이럴 때 할 말은 오직 Shit뿐이다. 트리니티는 오토바이를 타고 재빨리 도망간다. 트리니티가 멋지게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앞으로 나올 Reloaded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네오는 심문실에 갇혀 있다. 다시 한번 1984년의 내용을 특히 101호실에 대하여 상기할 것을 권한다. 우리는 감시 카메라로 심문실 안에 있는 네오의 모습을 보고 있다. 시야는 점점 카메라가 만든 영상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 안으로 들어간다. 매트릭스에선 실재가 아닌 가상이 곧 실재가 되는 것이다. 둘 사이에 구분은 없다. 간단한 특수효과이지만 의미는 대단히 크다. 앞서 Trinity in a jam이나 Impossible pursuit에서 Follow instructions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본 것과 같이, 현실이라 칭하는 계界와 우리가 창조해 낸 파생실재의 계界를 구분할 수 없다는 개념을 단순하면서도 극명하게 표현한 장면이다. 매트릭스의 바탕이 되는 보드리야르의 철학적 개념을 이해하였다면 이 짧은 특수효과가 가진 큰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방이 꽉 막힌 작은 방에 책상과 의자만 있다. 요원들이 들어온다. 브라운 요원과 존스 요원은 네오의 좌우에 서고 스미스 요원이 네오와 마주 앉는다. 스미스 요원이 쾅하고 책상으로 파일을 내던진다. 보통 형사물 같으면 우리는 흔히 인상을 잔뜩 찌푸린 형사가 육두문자를 남발하면서 소리지르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요원은 대단히 품위있고 점잖게 행동한다. 역시 훌륭한 요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스미스 요원은 파일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내용과 사진들을 잠시 들춰 본다. Jen's Matrix에서 그 내용을 일부 찾아 내었다. 3809940TAA라고 굵은 글씨로 세로로 적혀 있고 Database Record, Security Clearance Factor 7, Date of last amendment or addition: 22 July 1998 등등이 적혀 있다고 한다. 스미스 요원은 네오에게 말한다. 토마스 앤더슨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사회보장번호도 있고 세금도 잘 내고 있을 뿐더러 집주인 아줌마의 쓰레기도 버려주는 친절한 시민이다. 쓰레기 버리는 걸 도와주는 이 친절함에 스미스 요원도 감동을 받은 듯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가. 요원의 선글라스에 파일과 네오의 모습이 비친다. 이런 모든 Reflection은 영화 내내 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스미스 요원은 파일을 덮고 솔직하게 말하겠다면서 선글라스를 벗는다. 이런 모습은 요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규칙성이다. 요원이 선글라스를 쓰고 있을 때에는 대단히 냉정하고 침착하다. 그러나 선글라스를 벗으면 인간이 아닌 그들이지만 인간적인 감정이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피어스의 심문 장면이나 지하철 격투 장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미스 요원은 모피어스의 체포에 협력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네오의 대답은 헐리우드 영화로써 전파된 만국공통어이다. 네오는 형사피의자에게 보장된 전화 걸 권리를 요청하지만 그것이 여기서 먹힐 리가 없다. 요원은 전혀 화내지 않고 선글라스를 다시 쓴다. 유혹이 통하지 않았으니 원래의 계획대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Agent Smith: Tell me, Mr. Anderson, what good is a phone call if you're unable to speak....
이때 나오는 음악도 Unable to Speak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네오는 입이 없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발광한다. 우째 이런 일이... 그렇다. 여기는 매트릭스이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실수가 있는데, 입이 사라진 네오가 놀라서 일어난 후에도 스미스 요원의 선글라스에는 네오가 그대로 앉아 있는 모습이 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놀라고 당황한 네오를 두 요원이 붙잡아 셔츠를 벗기고 책상에 눕혀 놓는다. 스미스 요원이 다가와 추적장치를 넣을 준비를 한다. 케이스에 담긴 추적장치는 세 개이다. 요원도 삼위일체를 이루는 것일까. 스미스 요원이 추적장치를 꺼내어 스위치를 누르자 전자부품 같던 것이 벌레처럼 생긴 생물체로 변한다. 바로 벌레Bug인 것이다. 소프트웨어인 버그가 생명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것은 매트릭스라는 소프트웨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형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각적으로 또는 다른 감각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발전소에 꽂힌 인간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 모습은 현실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어야 한다. 일상생활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소프트웨어인 버그가 이식되는 모습도 그대로 소프트웨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안되고 어떤 형상을 가져야 하는데 매트릭스에선 이렇게 표현된 것이라 하겠다. 네오의 몸에 버그를 심어 넣음으로써 그가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네오는 경악하여 소리지르지만 입이 없으니 비명 소리는 나오지 않고 옹알거리는 소리 뿐이다. 벌레는 더듬이를 움직여 네오의 배꼽을 찾아 파고 들어간다. 왜 배꼽일까? 인체엔 다른 구멍도 많은데 굳이 배꼽인 이유는 아마도 태아가 모태와 연결된 곳이 바로 배꼽이기 때문일 것이다. 탯줄을 통해서 태아는 모태로부터 모든 영양분과 여러 가지를 온 몸으로 전달받는다. Matrix라는 단어가 모태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즉 배꼽은 매트릭스와 네오를 연결하는 온몸에 꽂힌 선들의 표현인 것이다. 네오는 옹알옹알 비명을 지른다. 그 비명은 다음 순간 잠자리에서 깨어나면서 지르는 비명으로 연결된다.

이전으로 /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