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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The search is over

네오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방금 있었던 일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
Neo: I can't go back, can I?
Morpheus: No. But if you could, would you really want to?
사막같이 황량한 곳이지만 이곳이 진실이라면 다른 데로는 갈 수가 없는 것이다.
Morpheus: I feel I owe you an apology. We have a rule. We never free a mind once it's reached a certain age. It's dangerous, the mind has trouble letting go. I've seen it before and I'm sorry.
한글 자막은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는 매트릭스에서 깨우지 않는다'고 했는데 틀린 번역이다. 대사 원문을 보면, '일정 나이 이상이 된 사람은 왠만해선 매트릭스에서 꺼내오지 않는다'라는 뜻이 맞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은 살아온 환경에 적응하고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나중에 The gatekeepers에서 모피어스가 다시 말하듯이 매트릭스 안에서의 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은 깨어난다 하더라도 평생 지녀온 모든 것을 뒤집는 충격적인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매트릭스에서 깨어나고 또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기꺼이 기존의 가치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닌 젊은 사람이 보다 낫기 때문이다. 마우스는 나이가 적기 때문에 새로운 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네오는 그에 비하면 나이가 많고 그래서 진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익숙한 거짓을 버리고 낯설은 진실을 택하는 마음가짐. Kid's Story에서 이 주제가 선명하면서도 아주 진지한 이름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모피어스는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네오가 '그'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깨어나자마자 보여준 것이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어쩌면 미안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네오에게 현실을 보여주고 도장에서 훈련을 시키는 것들은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베푸는 세례와 같다. 앞서 Morpheus' proposal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에 나누는 인사에서 모피어스가 세례자 요한과 같고 네오가 예수와 같다는 것을 발견했었다. 모피어스는 네오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어서 빨리 네오가 '그'임을 보고 싶어 모든 일을 서두를 것이다.
Morpheus: I did what I did because...I had to.
이제 모피어스가 왜 네오를 데려왔는지 설명할 차례이다.
Morpheus: When the Matrix was first built, there was a man born inside who had the ability to change whatever he wanted, to remake the Matrix as he saw fit. It was he who freed the first of us, taught us the truth. As long as the Matrix exists the human race will never be free. After he died the Oracle prophesied his return and that his coming would hail the destruction of the Matrix, end the war, bring freedom to our people. That is why there are those of us who have spent our entire lives searching the Matrix looking for him. I did what I did because I believe that search is over.
자신이 바로 '그'라는 말에 네오는 놀란다.

재림에 대하여 이야기할 차례인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모피어스와 트리니티와 네오의 이름이 갖는 종교적 상징성을 알고 있다. 나는 이렇게 이해한다. 우선 각각의 종교를 상징하는 세 사람이 새로운 삼위일체를 이루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세 종교간의 화해와 상생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를 짬뽕하여 신종 종교를 만들자는 것이 Wachowski 형제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세 종교의 뜻을 합한 것 때문에 분명히 기성의 단일한 종교의 교리와는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영화 상에서 그 결과가 가져온 것은 어느 기성 종교도 홀로 이루지는 못했던 모든 인류를 위한 더 나은 구세주에 대한 갈망으로 본다.

매트릭스 안에서 처음 깨어난 사람부터 시작해서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를 거쳐 부활한 네오로 이어지는 시간적인 순서도 역시 실제와 같다. 석가모니의 출생은 기원전 563년이고 35세에 해탈했으니 기원전 6세기이다. 그리스 신화의 생성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호메로스가 활동했던 기원전 8~9 세기부터 계속 발전하고 변모해 나가서 3~4 세기에 그리스어를 그리스어를 사용하던 여러 지방에 널리 퍼져 있던 여러 가지 불가사의한 걸화와 전설을 총칭한다. 따라서 연대를 멀게는 기원전 8~9 세기에서 가깝게는 기원전 3~4 세기까지 폭넓게 잡을 수 있다. 그러나 호메로스가 일리아드, 오디세이아에서 그리스 신화를 모두 집대성했다고는 말할 수 없고 이후 로마에 의해 계승된 후에도 계속 발전해 온 것을 감안하면 기원전 3~4 세기 정도로 보는 것도 타당하다 할 수 있겠다. 그리스도교의 부모격이 되는 유대교는 모세가 율법을 제시한 기원전 6세기부터 성립되기 시작했지만, 예수에 의한 그리스도교는 잘 알다시피 서기 1세기에 시작된다. 이렇게 해서 기원전 6세기의 불교, 기원전 3~4세기의 그리스 신화, 기원후 1세기의 그리스도교는 영화의 세 사람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왜 불교가 다시 부활해야 할 구세주인가. 그것을 말하기 전에 먼저 세 인물로 표현되는 세 종교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처음 매트릭스에서 깨어난 사람은 가장 먼저 인류에게 가르침을 전파했다.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는 지중해 지방에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 이때 발생한 많은 철학과 문학은 뒤를 이어 나타난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정리하는 데에 인용되었다. 굳이 르네상스나 종교개혁까지 갈 필요도 없이 그리스도교 교리의 성립 초기부터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은 교부들에 의해 영향을 끼쳤다. 이것은 트리니티가 모피어스의 도움으로 매트릭스에서 깨어난 것에 해당한다. 트리니티에게 있어 모피어스는 선배이자 지금의 트리니티를 있게 한 기반인 것을 명심한다면 두 종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왜 불교가 부활하여 구세주가 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자. 왜 두 가지는 불교를 자기의 원천으로 여겨 평생에 걸쳐 찾으려고 하는 것이며, 타종교임에도 사랑하기까지 하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론 매트릭스라는 인식론적 감옥에서 깨어나는 것와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 지극히 유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불교의 가르침은 매트릭스가 무엇인지 깨닫는 것과 닮았다. 이 점이 결정적이다. 눈에 보인다고 모두 진실은 아니라고 깨닫는 것. 이 점은 영화를 본 누구나 쉽게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Wachowski형제는 여기에도 퓨전 정신을 발휘하여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절묘하게 혼합해 놓았다. 그러므로 부활을 기대하는 종교는 우리가 다른 종교와 구분해서 말하는 불교가 아닌, 로마 신화와 그리스도교 까지도 포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왜 불교가 로마 신화의 가르침을 받고 그리스도교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다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바로 이 점에서 나는 세 종교의 상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세계는 지리적인 장벽이 종교적인 경계를 만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어느 한 종교가 진리를 독점할 수는 없다. 세 인물이 일치되는 영화의 줄거리를 통해 드러나는 구세주는 머리 셋 달린 괴물이 아니라 온전하고 완전한 하나의 인간이다. 또 종교들이 탄생하여 흥하고 쇠한 후 지금까지의 시간까지 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종교가 쉽게 답할 수 없는 현대 철학의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재림할 구세주는 보드리야르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불교도 부활을 통해 쇄신되어야 한다. 거기에 모피어스와 트리니티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실 부처는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는 인간인 것이다.

Wachowski형제가 언급한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라면 삼위일체에 대해 또다른 힌트를 가질 것이다. 무사 쥬베이의 다쿠안과 카게로와 쥬베이로 볼 수도 있다. 쥬베이와 겐마의 악연과 재회도 비슷한 점이 많다. 또한 아키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의 재림에 대해서 아키라의 전체 이야기는 모피어스가 한 말과 아주 잘 들어맞는다. 언젠가 사라진 완벽한 에너지인 아키라를 되살려 세상을 복구하려는 노력과 같다. 하지만 부활한 아키라는 인간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알아 어지러운 세상을 파괴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가장 필요한 창조를 행한다. 이 창조적 파괴라는 아키라의 특출한 세계관은 매트릭스에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앞으로 나올 속편에서 여타 외형적 장면들과 함께 표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는 이들 애니메이션이 끼친 영향을 계속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매트릭스는 수많은 것이 복합되어 있으면서도 멋지게 하나로 엮어졌기에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구도를 가진 영화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화장실용 화장지처럼 울룩불룩한 근육을 가진 주인공이 도탄에 빠진 불쌍한 사람들을 구원한다는 줄거리는, 식상할 뿐더러 심지어는 차별적인 것도 있다. 그런 주인공은 처음부터 구세주적인 능력의 소유자인데 잠시 쉬고 있었다던가 혹은 자신의 능력을 늦게 발견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 백인이라는 이유로 흑인들의 구원자가 되는 황당한 영화도 있었다. 그러면 매트릭스는 무엇이 다른가. 잘 생긴 백인 청년이 구세주가 된다는 것은 영화배우니까 그렇다고 치자. 네오가 흔한 구세주와 다른 점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네오의 능력은 평범하다. 구세주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이점이 다르다. 그리고 아무리 네오가 비범하다고 해도 궁극에 네오를 구세주가 되게 하는 것은 그가 혼자 잘나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엔 모피어스와 트리니티와의 삼위일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제부터 네오의 공부가 시작될 것이다

Morpheus: Get some rest, you're going to need it.
Neo: For what?
Morpheus: Your tr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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