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The Matrix / 4. The question
홈으로
The Matrix로
이전으로 / 다음으로

4. The question

이 장면의 음악이 암시적이다. 사운드 트랙을 구입하여 여기서 나오는 음악을 잘 듣어 보라. 클럽에 들어가자마자 Rob Zombie의 Dragula가 나오고 있다. 곡의 처음부터가 아닌 한 소절 지난 다음부터 나오는데 바로 그 맨 처음의 가사는 Dead I am the one이다.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모두 나름대로 즐기고 있지만 네오는 구석에서 혼자 외톨이다. 트리니티가 네오에게 온다. 트리니티의 의상이 아주 아름답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만 더 아름다웠더라면 좋겠지만.
Trinity: Hello, Neo.
Neo: How do you know that name?
현실의 이름이라면 어쩌다 알 수도 있겠지만 컴퓨터에서만 사용하는 이름이라 같은 해커들 끼리만 알고 있는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트리니티는 이미 오래전부터 네오를 지켜봐 왔다. 영화의 시작에서 사이퍼와 나눈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네오가 트리니티에게 이름을 묻는 순간 음악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Prodigy의 Mindfields로 바뀐다.

트리니티라는 이름에 네오는 놀란다. 자기보다 앞서 전설적인 크래킹 Cracking을 해낸 인물을 만났기 때문이다. 트리니티가 크래킹했던 대상은 IRS라는 우리의 국세청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단순히 정부기관의 컴퓨터에 침투했기 때문에 유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좀더 의미를 부여한다면 왜 다른 정부기관이 아니라 국세청인지 생각해 볼 만 하다. 세금이란 국가가 국민에게 부과하는 대표적인 통제라는 점에서 매트릭스의 주제와 상관있다. 세금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모피어스와 스미스 요원이 한 마디씩 더 할 것이다. 거기에다 트리니티를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놀란다. Trinity 삼위일체인 그리스도교의 신의 모습은 남성으로 그려진다. 성부는 형상을 표현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당연히 남성으로 여겨지고 성자는 실제로 남성의 모습으로 왔고 성령은 별다른 성격 gender이 표현되지 않지만 나머지 두 위격이 남성이니 혼자 여성일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네오의 놀람은 사실 유대교의 성립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트리니티는 그저 웃어 넘길 뿐이다.

네오는 트리니티가 어떻게 자기 컴퓨터에 메시지를 보냈는지 궁금해 하지만 트리니티가 해 줄 말은 더 중요한 것이다. 트리니티는 네오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속삭이듯이 말해 준다. 매트릭스의 감시체계가 엿듣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다르게는 네오에 대한 트리니티의 조심스런 애정표현이라는 설명도 있다. 무엇이든. 트리니티는 네오에게 경고해 준다. 네오는 감시받고 있다. 요원들은 앞서 사이퍼와의 통화를 도청한 덕에 네오의 존재를 알았고 그에 대하여 모든 것을 검색하고 있을 것이다.

트리니티가 네오에게 해 주는 이야기에 대하여 자세히 이해해 보자.
Trinity: Please just listen. I know why you're here, Neo. I know what you've been doing. I know why you hardly sleep, why you live alone, and why night after night you sit at your computer. You're looking for him. I know, because I was once looking for the same thing. And when he found me, he told me I wasn't really looking for him. I was looking for an answer. It's the question that drives us, Neo. It's the question that brought you here. You know the question just as I did.
Neo: What is the Matrix?
Trinity: The answer is out there, Neo. It's looking for you. And it will find you, if you want it to.
매트릭스는 무엇인가? 네오는 어떻게 매트릭스란 것을 알고 있는가? 일부 상황에 대하여 영화의 설명이 부족한 것도 좀 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스스로 밝혀주고 있는 상황은 대충 이렇게 짐작된다. 네오는 아마도 해킹을 해오면서 매트릭스를 알게 되었는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다. 다만 악명높은 전설적 테러리스트인 모피어스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전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네오는 모피어스를 해커로서 존경하며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지금 트리니티가 찾아와서 네오에게 그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이다. 트리니티도 한때는 같은 이유로 모피어스를 찾았었다. 하지만 마침내 찾았을 때 트리니티가 깨달은 것은 자기가 찾던 모피어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바로 네오도 알기를 원하는 매트릭스라는 궁극의 진실이다. 트리니티가 네오에게 해주는 말의 요점은 질문이라는 단어에 있다. 질문이란 불가의 화두와 같은 것이라 찾아야 할 것이면서 동시에 초월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그 궁극의 진리에 이르는 길을 가기 위해 선지식은 필요하다. 네오에겐 모피어스가 선지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달을 보라고 가리킬 때에 손가락을 보아서는 달을 볼 수 없듯이 선지식을 찾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진리를 깨닫기 위한 방편임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바로 트리니티가 네오에게 해주는 말도 그와 같다고 하겠다. 먼저 길을 조금 가 본 사람으로서 트리니티는 네오가 모피어스를 찾겠지만 모피어스가 최종의 목적이 아니라 매트릭스가 최종의 목적임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밤마다 잠을 못 이루게 하여 왔고 난데없는 토끼 그림을 쫓아 여기까지 오게 만든 네오 평생의 의문점인 매트릭스에 집중하라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충고라고 하겠다. 말을 마치고 트리니티는 떠난다. 이번엔 클럽의 시끄러운 소리가 다음 장면의 시계 알람 소리로 연결된다.

이전으로 /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