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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The gatekeepers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자 인파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 속에 모피어스와 네오도 있다. 여기서 들리는 음악은 Clubbed to Death이다. Revisited에서 이 곡에 대한 음악 감독인 제이슨 벤틀리의 찬사를 들을 수 있다. 거리에 가득찬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걸어가느라 네오는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혀 정신이 없을 정도인데 모피어스는 신기하게도 잘 피해다니면서 네오에게 이야기할 여유까지 있다. 짧은 챕터이지만 작고 훌륭한 것들이 숨어 있다. 모피어스가 하는 이야기는 매트릭스가 무엇인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기 때문이다.

Morpheus: The Matrix is a system, Neo. That system is our enemy.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PC방에 있는 컴퓨터도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의미만을 가지지는 않는다. The real world에서 이미 말했듯이 매트릭스는 Control이다. 사전에는 System이란 단어에 대해 여러 가지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Control과 일맥상통한 System의 뜻이 무엇일지는 분명하다. 나는 매트릭스란 영화를 통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이해한다.
Morpheus: But when you're inside, you look around. What do you see? Business men, teachers, lawyers, carpenters. The very minds of the people we are trying to save.
목수? Wachowski형제는 대학 중퇴 후, 잠시 목수일을 하기도 했었다. 불교의 대승을 말하는 듯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출가자만을 위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소승과 달리, 널리 재가자와 일반 민중들을 위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 대승이다. 우리가 잘 아는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이 바로 그런 사상을 말하는 구절이다. 모피어스는 그들이 매트릭스와 싸우는 목적이 그처럼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정신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슈퍼맨처럼 외계인의 침략자로부터 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구하는 것이 다르다.
Morpheus: But until we do, these people are still a part of that system, and that makes them our enemy.
하지만 여전히 매트릭스의 일부이므로 역시 적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분수대 앞에서 설명된다. 구원해야 할 사람이 적일 수도 있다는 현실은 딜레마이다.
Morpheus: You have to understand, most of these people are not ready to be unplugged.
모피어스 일행과 네오는 Unplugged 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Plugged 되어 있다. 네오의 방 앞에서 초이가 한 표현과 같다. 만약에 이 모든 사람들을 일거에 Unplug 해 버릴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는 할 수가 없다. 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깨어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깨어나기를 스스로 원하여 깨어났던 네오도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데 모든 사람을 깨어나게 하면 원하지도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그들이 받는 충격이 얼마나 클 것이며 그걸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아무때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Morpheus: And many of them are so inert, so hopelessly dependent on the system that they will fight to protect it.
만약 깨어나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매트릭스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너무나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는 그들은 진실을 부정하고 오히려 매트릭스를 위해 네오를 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매트릭스를 위하여 투쟁을 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피어스 일행이 테러리스트로 규정되어 있고 사람들이 그대로 믿는 것 아닌가. 바로 우리가 지난 날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신고정신이 투철한 시민은 네오 일행을 본다면 즉시 경찰이나 요원에게 신고할 것이다. 신고전화는 국번없이 111이다.

이때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네오를 유혹하듯 쳐다보면서 지나간다. 이 여자에 대해선 잠시 후에 마우스가 친절히 소개해 줄 것이다.
Morpheus: Were you listening to me Neo, or were you looking at the woman in the red dress?
Neo: I was...
Morpheus: Look again.
요원이 네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Morpheus: Freeze it.
이 분수대 장면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많다. 의상을 담당한 Kim Barrett이 이 아이디어를 내었다. 지나가는 행인 중에 쌍둥이처럼 똑같은 얼굴과 옷을 입은 사람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미는 매트릭스의 세계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이기 위한 것이다. 매트릭스에서도 자기는 한 사람 뿐이어야 하지만 매트릭스가 그걸 완벽히 처리하지 못하여 똑같이 생긴 사람이 계속 보인다는 그런 뜻이다. 그런데 사실 아무리 보아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점이 아쉽다. 이 장면을 만드는 과정에 대하여 Revisited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므로 보기를 바란다.

여기는 매트릭스가 아니라 요원훈련 프로그램이다. 모피어스가 말하듯이 이 프로그램이 네오에게 가르치는 것은 오직 한가지이다. 요원이란 무엇인가. 매트릭스에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의 이미지이지만 요원은 육체로 존재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지각이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매트릭스에서 요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발전소에 꽂힌 어떤 사람들의 몸 즉 잉여 자기 이미지 속으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초능력자가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이들은 사람의 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갈 수가 있다. 요원이 돈을 밝혔다면 그런 쇼를 보여 주어서 유명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원은 너무나 직업정신이 투철하다.

모피어스는 요원이 문지기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요원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네오에게 말한다. 별다른 단서 없이 생각하는 것이지만 문지기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즈의 마법사가 사는 에메랄드 성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가 있긴 하다. 하지만 동화 속의 문지기는 아무하고도 싸우지 않는다. 그러나 마법사의 거짓을 진실로 믿게 만드는 녹색 안경을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는 점에서 매트릭스를 현실로 믿게 만드는 요원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안경을 풀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사람도 바로 문지기이다. 녹색의 시각적 허구, 강제된 거짓 세계, 그리고 문지기라는 단어가 오즈의 마법사를 생각나게 한다.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은 나중에 나온다.

Reflections. 모피어스의 선글라스에 계속해서 비치는 것은 움직임을 멈춘 요원의 총구 앞에 서 있는 네오의 모습이다. 다시 요원의 능력을 이야기하자면 그런 능력과 더불어 엄청난 힘과 속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누구도 요원을 당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 힘과 속도는 매트릭스 시스템의 규칙Rule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네오가 '그'라면 그 Rule을 초월함으로써 요원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원처럼 총알도 피할 수 있느냐는 네오의 질문에 모피어스의 대답이 대단한 명답이고 또한 암시적이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네오는 총알을 피할 필요가 없다.

Tank: We've got trou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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