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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Subway showdown

지하철역으로 왔다. 공중전화가 울리고 있다. 네오는 모피어스를 먼저 나가게 한다. 전화를 받은 모피어스는 투명인간처럼 사라진다. 앞에서 몇번 설명했듯이 이런 비현실적인 변화는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소프트웨어적인 현상들을 가시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지하철역의 어두운 구석에 술에 취한 노숙자가 있는 것을 몰랐다. 사람이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을 본 노숙자는 소리를 내지 않지만 크게 놀란다. 요원이 고개를 돌리는 것은 바로 이 노숙자가 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요원의 강력한 검색망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노숙자가 있는지 모르는 네오와 트리니티는 안심하고 할 말 다 하려고 한다. 드디어 트리니티가 용기를 내어 고백하려는 것이다. 모피어스와 모두를 구함으로써 오라클의 에언이 맞았다는 것을 확신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고백을 할 것도 같다.
Trinity: Neo, I want to tell you something. But I'm afraid of what it could mean if I do.
전화벨은 계속 울린다. 트리니티의 고백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모르는 네오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시방 뭐 하능겨. 싸게싸게 전화나 받지.
Trinity: Everything the Oracle told me has come true. Everything but this.
Neo: But what?
프로포즈이건 무엇이건 간에 이런 때에 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드Mood란 것이다. 그런데 꼭 중요한 때에 쓸데없는 것이 나타나서 분위기를 깨고 만다. 열차는 왜 그때 나타나서 시끄럽게 지나가는가 말이다. 이러니까 금방 될 것도 자꾸 시간을 끌게 되는 것이다. 누가 지하철역 아니랄까 열차가 지나가는가 말이다. 그것도 정차하지 않는 폐쇄된 역이라 그냥 지나쳐 버리기 때문에 어찌나 시끄러운지 트리니티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하나도 안들릴 정도이다. 얘기를 하다가 분위기가 끊어져 버리니까 트리니티가 말을 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수화기를 들어버리지 않는가. 여기서 우리는 남여연애의 중요한 철칙을 배울 수 있으니 결정적인 말을 할 때에는 꼭 조용한 곳에서 충분히 분위기를 형성하라는 가르침이다. 그 원수 같은 지하철에도 Wachowski형제는 시카고를 옮겨 놓았다. Jen's Matrix에 의하면 지하철 역으로 들어올 때에 열차가 지나가는데 행선지 표시가 자주색으로 LOOP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시카고와 같다. 단지 다른 점은 시카고의 많은 전철이 지하구간을 운행하는데 비해 이 LOOP 노선은 지상의 고가노선을 운행한다는 점이다. 기억할 점. 이로써 트리니티는 두번째로 망설였다. 앞서 Cypher's burnout에서 트리니티의 망설임에 대한 힌트가 무사 쥬베이라는 것을 말했었다. 모피어스는 다쿠안이고 네오는 쥬베이이며 트리니티는 바로 카게로에 해당한다. 헬리콥터와 함께 추락할 뻔한 트리니티를 네오가 구하여 지하철역까지 온 것은 말하자면 시지마에게 납치된 카게로를 구출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트리니티의 미완성 고백은 쥬베이가 거절한 카게로의 육탄돌격인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할 것이다. 카게로의 독처럼 트리니티가 고백하여 네오를 '그'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부활 장면에서 설명하겠다.

열차가 지나가자 트리니티는 수화기를 든다. 그런데 이때에 노숙자의 놀라운 목격을 탐색한 스미스 요원이 노숙자의 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트리니티는 수화기를 든다. 요원도 총을 뽑는다. 수화기를 귀에 대는 순간 트리니티도 요원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앗. 요원이다. 반사적으로 한 손으로는 수화기를 잡은 채로 다른 손으로는 공중전화 부스의 창을 짚는다. 바로 이와 똑같은 장면을 Impossible pursuit에서 보았었다. 그때도 트리니티가 스미스 요원이 몰고 돌진하는 트럭을 피해서 간발의 차이로 탈출하는 장면이었다. 좌우가 바뀌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요원이 쏜 총은 공중전화 부스를 깨고 수화기를 박살내 버렸다. 그러나 트리니티는 그때처럼 간발의 차이로 탈출한 것이다.
Trinity: Neo. 네오가 아직 남아 있다. 트리니티가 네오를 부르듯이 카게로도 쥬베이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있다. 언제인가? 바로 모찌즈키 영주로 변장한 겐마의 칼에 맞는 순간이다.
Tank: What just happened? 상황 파악을 못한 탱크. 애초에 노숙자를 발견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Trinity: An agent. You have to send me back.
Tank: I can't. 맞다.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낸다. 왜냐하면 전화기가 박살났으니까. 영리한 스미스 요원. 트리니티도 잡고 탈출구도 막기 위해서 전화기를 박살낸 것이다. 적이지만 똑똑하다.

네오의 앞에는 박살난 수화기가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다. 갑자기 황조가의 끝 구절이 떠오른다. 서러워라. 이 내 몸은 어느 전화기로 돌아갈꼬. 서러워한들 소용없다. 스미스 요원이 다가오고 있다. 품위있게 공식적으로 이름을 부르면서.
Agent Smith: Mr. Anderson.
아는 척 해줘서 고맙다만 반갑지는 않다. 네오는 어떻게 할 것인가.
Trinity: Run, Neo. Run!
네오의 뒤에는 지하철역에서 밖으로 나가는 계단이 있으니 그리로 도망갈 수 있다. 그러나 네오는 도망가지 않고 요원을 향해 마주 선다.
Trinity: What is he doing?
Morpheus: He's beginning to believe.
믿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분수대 장면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해 주었던 말들이다. 요원의 정체는 무엇이며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와 요원과 싸웠던 모든 사람들이 당했다는 사실들. 그리고 네오가 '그'임을 믿는 모피어스가 네오라면 요원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말. 바로 그 말. 또다시 시험이 찾아 온 것이다.
네오와 스미스 요원은 마주 섰다. 그 사이로 신문지가 바람에 날린다. 이런 카메라 앵글과 배우의 자세와 다른 여러 것들은 서부 영화 하이눈과 닮았다. 신문지는 서부 영화에 나오는 사막의 잡초가 날리는 것을 대신한 것이리라. Jen's Matrix에 의하면 음악도 결투 장면에 전형적인 음악과 닮은 점이 있다고 하는데 나도 본 서부 영화란 어렸을 적에 텔레비전으로 본 것이 전부여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것 같다.

두 사람의 손이 조물락 거리다가 드디어 총을 뽑는다. 전형적인 서부영화식 결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퓨전인 것이 제자리에서 한방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돌진하면서 마구 쏘아댄다. 마치 사무라이 영화에서 진검승부처럼. 또는 홍콩영화의 액션처럼. 총이니까 그냥 제자리에서 쏘아도 될 텐데 왜 굳이 돌격할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네오와 스미스 요원 모두 보통 사람의 능력을 초월하여 총알도 피하는 정도이니 피하지 못할 정도로 가까이서 쏘아야 확실히 맞출 수 있지 않은가. 몇 발을 쏘아도 안 맞자 드디어는 서로 몸을 날려서 상대방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들이대고 쏜다. 그러나 서로의 총을 붙잡고 있으니 그것도 맞지 않는다. 여기서도 불릿-타임이 특수효과와 함께 사용되었다. Revisited에 지하철역 촬영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Agent Smith: You're empty.
Neo: So are you.
용호상박. 두 사람의 실력은 이것만으로는 우월을 가릴 수 없다. 공직자답게 요원은 총을 버리고 주인공답게 네오도 총을 던진다. 총을 버리는 모습만 평가하자면 스미스 요원쪽이 조금 더 멋있게 보인다. 하여튼. 이제 무기없이 맨손으로 궁극의 승부를 가릴 차례이다. 네오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스미스 요원은 몇 대 맞아도 끄떡없다. 그의 무공은 남권처럼 힘이 넘친다. 스미스 요원은 주먹은 콘크리트 기둥을 부숴버릴 정도이다. 분수대 앞에서 모피어스가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요원의 힘은 콘크리트 벽을 부술 정도라고 했던 말. 네오도 만만치 않게 반격한다. 발차기 콤보를 연속하여 스미스 요원의 선글라스 알을 깨뜨려 버렸다. 알이 깨졌는데도 나머지는 그대로 잘 붙어 있는 신기한 선글라스. 감히 요원의 신분을 상징하는 선글라스를 부수다니. 네오는 요원을 자극한 것이다. 요원이 선글라스를 벗었으니 이젠 더욱 흥분할 것이다.

Agent Smith: I'm going to enjoy watching you die, Mr. Anderson.
그 와중에서도 존칭을 잊지 않는 예의바름. 정말 공직자로서의 본보기라 하겠다. 요원의 강력한 반격이 이어진다. 요원의 일격이 네오를 벽으로 날려 버린다. 벽이 푹 들어가 버렸고 네오가 다운되었다. 그러나 쉴 틈을 주지 않고 덤벼드는 요원을 다시 물리치고 계속 싸운다. 그러나 요원은 강하다. 네오는 권격을 퍼붓지만 요원은 몇 방 맞아서는 끄떡도 안한다. Revisited에 나오는데 사실 휴고 위빙은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것이 많아서 무진장 고생을 했다. 네오의 두 팔을 봉쇄한 요원의 박치기. 그리고 연속되는 강력한 일격. 그 뒤로 기둥에 3이라는 숫자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여기는 3번 플랫폼이다. 그리고 철로 건너편 벽에 Sol Beer라는 광고가 있다. 빛이 바래져 있는 것으로 놓치기 쉽지만 SOL이란 글씨체가 코카콜라처럼 그려져 있다. DVD 카운터로 대략 1시간56분에서 1시간58분까지 보인다. Sol이란 로마의 태양신으로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Solar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할 것은 하늘을 불태워 태양이 가리워졌고 오라클의 아파트에 태양 모양을 한 시계와 장식물이 있었던 점이다. 그 옆에 노란색으로 태양빛을 발산하는 모양이 절반만 그려져 있다. 이것은 SOL Beer의 병에 그려진 문양이다. 요원의 공격에 이제는 네오가 수세에 몰린다. 네오는 요원의 일격에 멀리 날아가 버리고 피를 토한다. 현실의 네오도 같이 피를 흘린다. 점프에서 실패한 후에 모피어스가 한 말처럼.

Trinity: Jesus, he's killing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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