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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limy rebirth

네오는 발전소에서 깨어났다. 여기서 나오는 음악의 이름도 "The Power Plant"이다. "목에는 주사 바늘이 박혀 있는 실험실의 개구리처럼, 그는 숱한 줄들을 박은 채 주입구를 입에 물고 액체로 가득 찬 캡슐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기술과 운명, p161, 이정우, 한길사)" 네오는 고치를 찢고 나온다. 우선 입에 물린 것부터 뽑아 낸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대목에서 네오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았으리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은 진실이지만 지금으로선 그저 충격일 뿐이다. 네오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팔과 등과 뒤통수 등 온몸에 케이블이 박혀 있다. 내가 이걸 보고서 생각나는 것은 공각기동대의 포스터에 나온 그림이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포스터에만 나오는 것인데, 전라의 쿠사나기가 한 손에 총을 들고 앉아 있는데 등 뒤와 팔다리에 굵고 가는 전선들이 꽂혀 있는 모습 말이다. 네오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뒤통수에 깊이 박혀 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만져 보다가 주위를 둘러 보게 된다. 네오의 옆으로도 수많은 인간의 고치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아래를 내려다 보아도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고치 속에 갇힌 채 엄청나게 높이 쌓아 올려져 있다. 앞을 보니 이런 것이 더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간 캡슐들을 저장해서 배양하고 있는 거대한 공장. 정교한 기계들에 의해 통제되는 그 거대한 공장의 무수한 캡슐들 중 하나에 네오가 있었고, 혼자만이 깨어 그 몸서리치는 광경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p161,위의 책)" 이 장면은 말로 설명할 것이 없다.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nKINO 스페셜 <매트릭스>에 대해 알고 싶은 두 세가지 것들 2번째 편에서는 잠에서 막 깨어난 현실세계의 네오의 귀에 처음부터 귀걸이용 구멍이 뚫려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도무지 잘 보이지 않아서 모르겠다.

갑자기 위에서 벌레처럼 생긴 기계가 나타나서 네오를 쳐다본다. 바퀴벌레 비슷하게 생긴 것이 대단히 혐오스럽다. 역시 혐오감을 주는 데는 곤충 만한 것이 없는가 보다. 어기적거리며 뒤로 도망가는 네오의 목을 단숨에 붙잡고는 눈깔을 내밀어서 뭔가 관찰한다. 눈깔에 네오의 모습이 비친다. Reflections. 무얼 보는 것일까. 관상을 볼 리는 없고. 기계는 네오의 뒤통수에 꽂힌 케이블을 돌려서 빼낸다. 이것이 아마 네오의 두뇌Cortex에 연결되었던 것일 게다. 그것이 뽑히자 이번엔 팔과 몸통에 붙었던 케이블이 터지듯이 저절로 빠져 나간다. 그리고 고치의 배수구가 열리면서 네오와 안에 있던 액체를 모두 하수구로 흘려 버린다. 이때 Rhineheart의 사무실 창문을 닦던 뽀드득 소리가 다시 들린다. 이것은 Dew's Matrix Fan Page에서 지적한 것인데 의도적인 것이고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네오는 하수구를 따라 버려진다. 물놀이장의 슬라이드를 타듯이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가지만 이 하수구는 동시에 모피어스가 말한 토끼굴이기도 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또 나온 것이다. 앨리스가 빠진 토끼굴은 한참 동안을 떨어질 정도의 깊이로 나온다. 이것을 따라가면 발전소에서 깨어나 쓸모가 없어진 인간을 버려서 액화시켜 재활용하기 위한 쓰레기 처리장으로 떨어지게 된다. 발전소에서 막 깨어난 인간이 여기서 수영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그냥 내버려 두면 자연히 죽을 것이다. 네오는 허우적 거린다. 이때 네브에서 보낸 갈고리가 네오의 몸을 건져서 위로 끌어 올린다. 앞서 모피어스 일행이 네오의 위치를 파악해 둔 덕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신체에 꼭 맞게 생긴 이 갈고리와 그 케이블은 마치 하수도를 준설하는 기계를 연상시킨다. 네오는 네브 안으로 건져진다. 이미 네오는 정신이 반쯤 나갔다. 이때 모피어스가 네오를 환영한다. Welcome to the real world. 그러나 네오는 이제 완전히 정신이 꼴까닥 해버렸다. 정신이 나갔으니 그에 맞추어 화면도 Fade to black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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