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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Rooftop rescue

손의 힘만으로 한 사람의 체중을 얼마나 오래 지탱할 수 있을까. 트리니티는 헬리콥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마침내 가까운 자리에 왔을 때에 모피어스를 떨어뜨린다. 모피어스 안착. 곧이어 네오도 안착. 혹시 왜 두 사람이 데굴데굴 구르는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 있을까해서 괜히 한번 이야기하자면,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기차 같은 데서 떨어질 때에는 뛰었다가 떨어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달리는 방향으로 가는 운동 에너지를 함께 안고 떨어지기 때문에 땅에 닿기 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것이 땅에 닿는 순간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진행하는 방향으로 구르게 된다. 만약 거꾸로 굴렀다가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액션 영화에서 흔히 보는 이런 스턴트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아. 그런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헬리콥터는 중심을 잃고 추락하고 있다. 헬리콥터는 마치 태양이 지는 모습처럼 빌딩 사이로 떨어진다. 트리니티가 그 안에 있다.
Neo: Trinity.
트리니티를 구해야 한다. 네오는 자기 몸을 매달았던 로프를 팔에 휘감고 추락하는 헬리콥터를 당기려는 무모한 시도를 감행한다. 차력사도 아니고. 거기다 추락하는 헬리콥터이니 그걸 사람의 힘으로 당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네오는 마구 끌려 간다. 그러나 트리니티가 재빠르게 조종석을 벗어나 로프를 쏘아 헬리콥터로부터 끊고 그걸 붙잡는다. 옥상 마지막에 올라서서야 네오는 트리니티를 붙잡을 수 있었다. 이 로프를 계속 붙잡고 있다간 네오를 트리니티와 함께 죽게 만들 수도 있었다. 만약 트리니티가 헬리콥터를 끊지 않았으면 네오도 함께 떨어졌을 것이고 로프에 몸을 맡기지 않았더라면 트리니티가 죽었을 것이다. 삼위일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제 액션으로 삼위일체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은 네오와 트리니티의 하나됨이다. 트리니티는 그 정신없는 순간에도 네오가 로프를 붙잡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거기에 몸을 던졌을까. 네오는 트리니티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어떻게 알았을까. 그냥 붙잡았다고? 트리니티 없이는 못 사니까 죽어도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붙잡았다는 말은, 다른 영화는 몰라도 이 영화에선 상식이라는 최소한의 평가도 받을 수 없다. 이것이 일체됨이다. 두 사람 사이를 연결했던 로프는 그 일체됨의 현현이다.

다음 순간이 바로 멋진 헬리콥터 폭발 장면이다. 트리니티는 로프를 붙잡고 큰 호를 그리면서 떨어지고 있다. 중심을 잃고 옆으로 기울어져 떨어지는 헬리콥터는 빌딩 유리벽에 로우터를 부딪히고 이어서 동체까지 모두 부딪힌다. 그러면서 동그란 물결이 나타난다. 초기에 성급한 팬들이 이 물결은 네오의 특별한 능력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헛된 주장을 하기도 했었으나 나중에 이 장면의 촬영 기법이 차차 알려지면서 사그러들었다. 네오는 아직 '그'가 아니므로 그런 기적을 행할 수는 없다. Revisited에 촬영과 특수효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으니 꼭 참고하기 바란다. 요점은 영화에서와 같이 실제로 헬리콥터가 부딪혔을 때에 폭발의 모양이 둥글게 퍼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특수효과를 맡은 팀에서 여러 차례 실험을 했었고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폭발 장면이다. 폭발에 앞서 빌딩의 유리벽이 물결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폭발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충돌과 폭발이 유리벽에 미친 영향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슬로우모션이 멋있으니까. 게다가 갑작스런 이런 대규모 사건은 매트릭스를 운영하는 프로세서로 하여금 단시간에 엄청난 양의 연산을 요구하므로 시간의 속도가 다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음 순간으로 넘어가면 둥글게 퍼지는 폭발의 한가운데에서 트리니티가 타잔처럼 로프를 타고 우리의 눈앞으로 날아온다. 이 장면 역시 유명한 장면 아니겠는가. 그러다 폭발의 순간 바로 우리 시야 앞에서 또다른 유리벽에 부딪힌다. 아우. 트리니티도 많이 아팠을 것이다.

Tank: I knew it. He's the One.
네오는 트리니티까지 구해냈다.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면서 마주 선 두 사람이 키스라도 할 것처럼 진하게 쳐다 보고 있자 모피어스가 막아선다. 농담이고. 두 사람의 믿음이 더욱 확고해진 것을 의미한다.
Morpheus: Do you believe it now, Trinity?
Neo: Morpheus. The Oracle, she told me ...
Morpheus: She told you exactly what you needed to hear, that's all. Neo, sooner or later you're going to realize, just as I did, there'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예언이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라클은 네오가 이렇게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가 아니라고 했던 것이다. 예언은 부정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세 사람을 모두 구하게 된 것이다. 또 한번 모피어스가 네오를 데리고 오라클을 만나러 갈 때에 엘리베이터에서 했던 말을 되풀이 해야 하겠다. 오라클은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언제 무엇이 이루어지는지를 점치는 역할이 아니다. 오라클이 보기에 네오가 '그'임이 확실했을까. 나는 모른다. 다만 네오가 '그'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오라클은 네오에게 그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 것이다. 왜 흔히 서양 동화에서 요정이 나타나 용감한 왕자님에게 비결을 가르쳐 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해서 성취된 결과를 우리는 운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운명이란 과거에서 보는 미래가 아니라 미래에서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이다. Path에 대해서 나는 영화 전체를 구도의 과정으로 보는 입장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어느 종교든 구도의 길이 어떤지 머리로 아는 것과 몸과 마음으로 직접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아는 것 적은 이가 오히려 말 많은 법이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독자 여러분이 정말로 구도를 원한다면 유식한 논객을 따르지 말고 실천하는 수도자를 따르라. 유식한 자를 스승으로 모시면 구도의 길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놓은 백과사전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난관에 부딪혔을 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은 수도자이다. 백과사전이 너무 어려워 한 줄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 수도자는 당신을 위해서 참을성을 가지고 몸소 행동으로써 보여 주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스승이고 예언이고 길을 안내하는 역할인 것이다. 오라클이 그렇게 안내해준 것이다. 선의 화두처럼 비논리에 가까운 예언을 통해서 말이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깊이 살피려면 결정론과 비결정론에 관하여 읽어 보면 될 것이다.

Tank: Got one ready. Subway station, State and Balbo.
스테이트와 발보가도 역시 시카고에 실재하는 거리 이름이다.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는데 자막에는 발보아Balboa라고 나오는데 지하철 역의 표지판에는 Balbo라고 적혀 있는 점이다. 하지만 대본을 보면 Balbo라고 나와 있고 시카고 지도를 보아도 스테이트가와 만나는 거리의 이름은 분명히 Balbo가 맞다. 사소한 오류로 생각된다.

한편 완전히 잡은 고기를 놓쳐 버린 모양이 된 요원들은 완전히 스타일이 구겨졌다. 그래도 여전히 품위를 잃지 않은 요원들. 그러나 스미스 요원은 화를 낸다. 그의 감정은 인간에 더 가까워졌다. 그래서 이젠 육두문자를 쓴다.
Agent Smith: Damn it.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천하의 요원이 이런 말을 하다니. 어떤 경우에도 냉정과 단정함을 유지하던 요원이 이렇게 변하다니. 스미스 요원의 이런 집착이 그에게 가져올 결과는 불행 뿐이리라. 게다가 요원이 이루던 삼위일체에 어느 정도 균열을 만들고 말았다. 어쨋든 반란자들은 요원들에게서 탈출했으니 이젠 현실에서 그들을 찾는 일 뿐이다. 파수꾼들이 네브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네브를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스미스 요원은 생각이 다르다.
Agent Smith: They're not out yet.
역시 스미스 요원은 명철하다. 그래서 그가 가장 무서운 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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