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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Heroes unplugged

왜 탱크가 교환이라고 답하는지를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말하자면 Operator라는 단어가 우선 교환이라는 뜻이다. 옛날에 교환수가 전화를 연결해 주던 때를 생각하면 된다. 지금의 114 안내나 대형 건물의 교환대도 같은 Operator이다. 교환이라고 답하는 이유는 그렇게 답함으로써 탱크도 요원의 추적을 피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대원을 매트릭스 안으로 보내고 다시 꺼내오는 운영자Operator의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도 중첩된 의미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탱크에게 전화를 건 것은 사이퍼. 그런데 핸드폰이 없으니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교통 사고의 현장 가까이에 있는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매트릭스 코드를 관찰해서 위치를 알아내는 탱크의 눈에 잘 띄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기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Cypher: Somebody up there still likes me. 위, 즉 하늘에 있는 사람, 즉 신이 자기를 사랑하시므로 자기가 살아 있다는 말이다. 사이퍼의 이름이 루시퍼Lucifer의 변형이라는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예상했던대로 탱크는 금방 사이퍼를 찾는다. 그렇다고 다른 일행을 찾는데 무척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지도를 찾아 보는데 탱크가 보는 스크린에 나오는 지도는 물론 시카고의 지도이다. 탈출구로 알려준 프랭클린Franklin가와 이리Erie가도 역시 시카고에 실재하는 거리 이름이다. 트리니티도 전화를 했다. 이 위기의 순간에도 네오와 트리니티가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은 모피어스다. 혼자 살겠다고 빨리 출구나 찾는 이기적인 사이퍼와는 다르지 않나. 역시 삼위일체이다.

사이퍼가 먼저 전파상으로 왔다. 오래된 전파상. 버려진 곳이라 주위에 사람도 없고 전화가 있으니 탈출구로 제격이다. 먼저 돌아온 사이퍼가 나머지의 위치를 묻는 것은 걱정되어서가 아니라 돌아오기 전에 막기 위해서이다. 사이퍼는 총을 꺼내어 탱크에게 조준하고 쏘아 버린다. 사이퍼가 이 총을 어떻게 만들고 숨겨 왔는지 궁금하겠지만 네브에서도 사생활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한 방에 죽지 않으니 Shit이고 두 방에 끝낸다. 이어서 도저는 한 방에 끝. 완전히 통구이가 되어 버렸다.

신호가 끊어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초조하게 전화를 거는 트리니티. 네브의 스크린에 비친 트리니티의 얼굴. 이어서 시선은 네브 안에 있는 트리니티에게로 다가간다. 이 시선은 탱크의 헤드셋을 빼앗은 사이퍼의 움직임이다. 사이퍼는 트리니티의 품에 안겨서 자기의 뜨거운 사랑을 고백한다. 입맞출듯이 얼굴을 가까이 한 사이퍼의 콧수염이 간지럽지 않았을까. 사이퍼는 트리니티를 사랑하는데 트리니티는 그 사랑을 받아주지 않고 새 남자 네오를 사랑하니 이것이 삼각관계를 이루게 되었기 때문에 트리니티의 이름이 트리니티Trinity라는 설은 영화 내내 설득력이 별로 없다가 이 장면에서 가장 큰 설득력을 가진다. 자고로 삼각관계란 모든 불행의 씨앗이니 이 불행은 누구의 탓일까. 마음에 들지 않는 사이퍼를 거부한 트리니티의 탓인가. 좌절된 사랑에 분노하여 동료를 배반한 사이퍼의 탓인가. 사이퍼의 짝사랑을 모른채 트리니티를 사랑한 네오의 탓인가.이 비극을 낳은 삼각관계의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이란 말인가. 아. 운명적인 삼각관계여. 사이퍼의 이름을 루시퍼Lucifer의 변형으로 본다면 왜 사이퍼가 트리니티를 사랑해야 할까는 그리스도교적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그리스도교의 전설 중에 이런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탄도 원래 하느님을 섬기며 사랑하는 천사였는데 어느날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고서부터 사탄에게 인간을 섬기라고 하자 하느님만을 사랑하고 싶은 사탄은 하느님의 명령을 거부하게 되니 이에 하느님이 진노하여 사탄을 하느님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인 지옥으로 추방했다는 전설 말이다. 사탄을 형상화했다는 주장이 또하나 설명하는 것은 사이퍼의 외모이다. 그는 빨간 옷을 입고 있고 염소 같은 수염을 기르고 있다. 서양의 각종 악마 숭배 종교에서 사탄을 묘사하는 흔한 모습인 것이다. 영화 스폰Spawn을 본 사람은 유사성을 금방 알아볼 것이다. 게다가 사이퍼의 빨간 옷은 심장에 해당하는 왼쪽 가슴에 큰 구멍이 나 있다. 즉 사이퍼는 Heart가 없다. 나머지 대원들의 옷도 누더기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사이퍼의 구멍은 위치와 크기에서 눈에 띈다.

사이퍼가 탱크와 도저를 죽였다는 걸 트리니티는 금방 알았다. 모피어스를 배신했다는 것도. 그러나 사이퍼가 진짜 배반한 이유는 맨날 똑같은 죽을 먹으라고 하는 모피어스 때문이었던 것이다. 밥이라도 잘 주었으면 배신 안했을까. 무엇이 진실인가 혹은 무엇이 진실이어야 하는가 어쩌면 무엇이 진실이었으면 좋겠는가에 대한 대화가 이어진다.
Trinity: He set us free.
Cypher: Free? You call this free? If I had to choose between that and the Matrix, I choose the Matrix.
Trinity: The Matrix isn't real.
Cypher: I disagree, Trinity. I think the Matrix can be more real than this world.
앞서 사이퍼가 스미스 요원과 만나는 장면을 이정우 교수가 설명한 글이 여기에도 잘 어울리는 설명이 되겠다. "저열한 인간들에게 진리나 진실은 부담스럽다. 진실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담스러운 진실보다는 달콤한 거짓을 선택한다. (기술과 운명, p172, 이정우, 한길사)"

일단 에이팍을 죽이고 스위치도 죽인다. 스미스 요원과의 협상을 자랑한다. 사이퍼가 말하니 나도 또한번 그 어리석음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사이퍼의 소원대로 부자에다 유명해지게 될까. 발전소에 들어가면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잃는다. 물론 그것이 사이퍼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배반했다는 양심의 가책까지도 깨끗이 없애 버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이퍼의 몸을 가지고 새로 매트릭스 안에서 살아갈 인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건 완전히 요원의 맘대로이다. 만약 요원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사이퍼는 요원 말만 믿었다가 쪽박 차는 신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기가 배신당한 것도 모르게 되고 말이다. 굳이 게임 이론을 들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상식적으로 사이퍼의 운명이 요원의 손아귀에 있는 불리한 협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나중에 보듯이 요원은 중간까지이지만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공직자로서의 훌륭한 모습은 칭찬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챕터는 마술사의 손놀림처럼 아주 빠르고 교묘하게 중요한 것들을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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