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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He is the one"

왜 영화의 첫 장면에 나왔던 303호실에서 영화의 끝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대단히 함축적이고 재귀적이라는 것 뿐이다. Wachowski형제는 분명히 여기에도 뜻을 담았다. 그게 무엇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여기서부터 나오는 음악의 이름이 Anything Is Possible이다. 네오는 방을 찾아 뛴다. 306호. 아니고. 305도 아니고. 드디어 303호.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런데 거기엔 스미스 요원이 총을 겨누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주 선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요원. 불빛이 번쩍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네오는 알지 못한다. 탄피가 땅에 떨어지고 나서야 네오는 한 걸음 물러서 가슴에 난 사입구에 손을 대어 피가 난 것을 본다. 점프에 실패한 후에 그랬던 것처럼. 이게 정녕 피라면 내가 총에 맞았단 말이더냐. 총을 맞았음에도 그대로 가만히 있는 네오. 요원의 총이 다시 한 번 발사되자 네오는 그제야 뒤로 비틀거린다.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스미스 요원을 노려보지만 총만 더 맞을 뿐이다. 스미스 요원은 죽어라고 총을 쏘아댄다. 네브에 있는 네오의 몸도 함께 비틀거린다. 결국 네오는 쓰러지고 만다. 죽었다. 네브의 모니터에 나타난 심박도 멈추었다. '그'가 죽다니.
Morpheus: It can't be.

존스 요원과 브라운 요원이 복도 양쪽에서 다가온다. 스미스 요원. 멋지게 한 건 올렸으니 앞서 구겨진 체면을 다시 살렸다.
Agent Smith: Check him.
Agent Brown: He's gone.
요원이 경동맥을 짚어서 죽은 것을 확인한 후 존스 요원과 브라운 요원은 떠난다.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위로하는 스미스 요원의 공식 애도사가 이어진다.
Agent Smith: Goodbye, Mr. Anderson.
스미스 요원에게는 네오란 없다. 오직 앤더슨이 죽었을 뿐이다.

네브에 있는 모피어스와 탱크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매트릭스를 없애고 인류를 구원할 '그'가 죽다니. 예언이 틀리다니. 오호 통재라.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 수가. 그렇게 슬퍼하고 있는 사이에 네브는 파수꾼들이 쳐들어와 완전히 산산조각을 내고 있다. 파수꾼들은 점점 코어로 좁혀 들어온다. 이때에 결정적인 트리니티의 대사가 나온다. 배신한 사이퍼가 네오를 죽이기 일보직전에 모기만한 목소리로 망설였던 그 말. 지하철 역에서 하려고 했으나 열차가 분위기를 깨는 바람에 못했던 그 말. 망설임을 세번째로 극복한 바로 그 말을 하는 것이다.
Trinity: Neo, I'm not afraid anymore. The Oracle told me that I would fall in love, and that man I loved ... would be the One. So you see, you can't be dead. You can't be... because I love you. You hear me? I love you....
그리고 키스한다. 주위엔 파수꾼들이 네브를 파괴하면서 내는 스파크가 마치 축하하는 불꽃놀이처럼 만발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여기에 딱 어울리는 카게로의 마지막 고백 일부를 들어보자.
카게로: 네게 끌리는 것이 두려웠어. 그래서 네게 못되게 굴었어. 용서해 줘.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도 상관없어. 해독을 위해서건 동정에서건 상관없어. 난 어리석고 겁쟁이였어. 왜 좀더 솔직할 수 없었을까?

그리고 네오는 부활한다. 부활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우선 Wachowski형제가 영화 전체는 물론이고 부활에 대해서도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모두 명심해야 한다. 한 가지 요소만을 가지고 이끌어 낸 해석은 완전하지 않다. 중첩되고 혼합된 맛을 느끼는 데에 사실 명시적인 해설이란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해설이 있다. 사람이 죽었을 때에도 단시간 동안은 의식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뇌사가 아닌 심장사일 경우에 다른 장기는 물론 뇌는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에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근래에 알려졌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교통사고 같은 걸로 죽어가는 사람이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심장이 이미 멈추었다고 해도 옆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고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잠깐 뿐이지만. 그래서 네오도 심장은 멈추었지만 아직 의식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최후로 무언가를 생각했고 그것이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매트릭스라는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르게 되어 다시 부활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것도 맞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부활하려면 시체가 썩기 전에 얼른 부활해야 하므로 잠깐만 죽어야지 오래 죽으면 곤란하다. 심장이 멈춘 채로 오래 있으면 결국 뇌도 죽고 만다. 이것은 쿠키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이 설명에 대하여 내 생각을 말하자면, 별로 재미가 없어서 싫다.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선 오라클의 예언이 있다. 오라클은 네오에게 다음 인생을 이야기했다. 이때에 벌써 네오의 부활이 예고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라클이 말한 대로 다음 인생에 이르기 전에는 네오는 '그'가 아닌 것이다. 죽었다 부활한 후에 비로소 '그'인 것이다. 이것이 예언에 의한 설명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이 또 있다. 예언은 네오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피어스도 예언을 받았고 트리니티도 예언을 받았다. 예언을 받은 사람도 삼위일체라고나 할까. 세 사람의 예언이 모두 성취되어야 예언의 최종적인 결과가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모피어스에게 주어진 예언은 무엇인가. 자신이 '그'를 찾으리라는 것. 네오를 찾았으니 모피어스의 예언은 이루어진 셈이다. 다음으로 네오에게 주어진 예언은 무엇이었는가. 자신은 '그'가 아니라는 것. 이것은 역설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오라클의 길잡이였고 결국은 성취되어다. 그리고 성서에서 예수가 스스로 예언했던 것처럼 네오에게 다음 인생이 있으리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절반만 이루어졌다. 죽었으니 부활해야 하는데 어떻게 부활하는가에 대해 오라클은 말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트리니티에게 주어진 예언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이루어졌는지 생각해 보자.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라고 하는 유행가 가사도 있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트리니티는 사랑을 명백히 고백해야 예언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배신한 사이퍼가 네오의 플러그를 뽑겠다고 위협할 때에 들리도 않게 Yes라고 말했으나 그건 네오가 아닌 사이퍼와 통화한 이야기인데다 다음 순간 벌어진 상황에 묻혀버렸고 트리니티도 없던 일로 해 버렸다. 지하철역에서 탈출하기 직전에 말하려고 했으나 분위기가 깨지는 바람에 말하지 못했다. 카게로가 쥬베이에게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했던 것처럼 트리니티는 계속 망설여왔다. 그래서 나는 그때마다 트리니티의 망설임을 지적해 왔었다. 트리니티가 망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카게로의 마음이 설명해 준다. 트리니티는 카게로처럼 네오를 살릴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쥬베이에게 카게로가 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트리니티의 예언도 네오처럼 역설적으로 성취되는 것이다. 네오는 죽었다. 따라서 네오를 '그'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트리니티는 자신에게 주어진 예언을 정면으로 부인하고서 이제 그 망설임을 극복하고 고백한다. 트리니티가 네오를 되살리는 힘은 카게로의 진실한 마음과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망설이는 동안 트리니티의 신념은 불안정한 것이었다. 네오가 맞을지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가장 중요한 트리니티의 사랑도 불안정하고 솔직하지 못했다. 그런 사랑은 고백해도 효과가 없다. 카게로의 어설픈 육탄돌격을 쥬베이가 처음엔 거절한 것처럼 말이다. 가장 솔직한 사랑만이 효과가 있다. 그러나 트리니티도 카게로처럼 한발 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트리니티의 예언은 이루어졌고, 네오 부활 신비의 나머지 절반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밖에 다른 설명도 있다. 트리니티는 성령이니 성령의 힘으로 부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트리니티의 키스에 특별한 기氣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되살렸다는 설명도 있다. 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에 따른 설명도 있다. 분명히 그 동화의 모티프가 사용되었다고 할 만큼 닮은 것은 사실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쿠키Cookie이다. 오라클이 네오에게 쿠키를 주는 장면에서 충분히 설명했었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쿠키의 중요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키가 무엇인지는 앞에서 충분히 설명했고 여러분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라클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네오는 죽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가 매트릭스 안이라는 것. 네오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그의 기억과 정신과 영혼을 담기 위해서 오라클은 쿠키를 준 것이다. 쿠키가 있기 때문에 다시 육체가 부활한 네오는 다시 원래의 자신Identity을 곧바로 회복하게 된다. 거기다 '그'가 된다. 매트릭스를 초월하는 존재인 '그'. 그렇다면 오라클이 준 쿠키에는 네오를 되살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네오를 '그'로 만들어줄 무엇이 들어있지 않았는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부활의 매커니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쿠키이다.

Trinity: Now get up.
이 말은 첫 장면에서 트리니티가 스스로에게 했었고 네오가 모피어스에게 했던 바로 그 말이다. 네오는 부활했다. 스미스 요원이 즉각 쳐다보고 이어 세 요원이 삼위일체로 총을 발사한다. 이때 네오가 하는 말은 단 한마디.
The One: No.
요원이 발사한 모든 총알은 네오가 손을 들자 모두 멈추었다. 아키라에서 데츠오가 발휘한 능력을 생각나게 한다. 기적이 일어났다. 놀라운 광경에 삼위일체로 총을 내리는 요원들. 네오는 공중에 멈춰버린 총알을 집어 들어 보고는 떨어뜨린다. 그러자 모든 총알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분수대 장면에서 모피어스가 했던 말 그대로 네오는 총알을 피할 필요가 없다. 맨처음 Trinity in a jam에서 말했던 것처럼 매트릭스 코드 움직임의 단순한 변화일 뿐이지만 이 순간의 놀라움을 잘 보여 주고 있다.
Tank: How?
Morpheus: He is The One.
네오는 앞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매트릭스가 더이상 진짜처럼 보이지 않는다. 현실과 매트릭스를 왔다갔다 하면서 두가지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매트릭스 안에서 매트릭스가 허상임을 깨달은 것이다. 관자재보살 행 심반야바라밀다 시 조견 오온개공한 것처럼. 네오의 인식은 이제 완전하여 어떤 것도 그를 미혹시킬 수 없게 되었다. 매트릭스의 진실을 깨달은 '그'는 더이상 매트릭스의 모든 규칙Rule에 구애받지 않고 초월하게 된 존재인 것이다. 부활한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마태오복음 28장18절). 구구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것보다 석가의 깨달음을 전하는 이야기가 더 감동도 많이 주고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석가가 숲으로 들어가 당시의 한다 하는 구루(힌두교의스승)들과 논쟁을 벌인다. 그러다 이들이 떠난 뒤 한철의 탐색과 시련을 겪은 뒤, 깨달음의 나무인 보리수 아래로 오는데, 그 역시 여기에서 세 가지 시험을 당한다. 첫번째 시험은 탐욕, 두번째는 공포, 세번째는 무리의 의견에 대한 복종에 관한 것이다. 석가를 시험하려고 욕계(欲界)의 왕인 마왕이 찾아왔다. 그의 이름은 욕망과 불안이었다. 욕망으로서의 그를 가리켜 카마라고 부르는데, 이는 애욕, 정욕, 한희, 열락이라는 뜻이다. 그는 세 명의 아름다운 딸들을 보내어 교태를 부리게 해서 석가를 유혹하려고 했다. 첫번째 시험에서 욕망의 신은 석가에게 자기의 아주 예쁜 딸 셋을 보여준다. 이 세 딸의 이름은 욕망, 성취, 후회 즉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감각적인 존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그는 육체의 생리를 해탈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자 욕망의 신 카마는 그 자리에서 죽음의 신 마라로 변신했다. 마라는 석가에게 마군(魔軍)이 쓰는 모든 무기를 휘두른다. 그러나 석가는 자기 내부에서 부동하는 한 점을 찾아낸 사람이다. 이 점이 바로 시간이 다치지 못하는 영원이다. 이번에도 석가는 요지부동이다. 그러자 석가를 향하여 던져진 무기는 꽃송이로 변한다. 마침내 욕망과 죽음의 신은 이번에는 사회적인 의무의 신 다르마로 둔갑하여 싸움을 건다. "젊은 왕자여, 당신은 한 나라를 통치하는 왕이 되어야 할 터인데 조간 신문도 읽지 않는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가?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사방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마왕은 그 자리는 네 자리가 아니라 내 자리라고 소리쳐 외쳤으나, 석가는 이 자리는 내 자리이며 그것을 지신(地神)이 증명하리라고 하면서 오른손 손가락 끝을 대지에 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이것은 부동지 즉,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라는 뜻이다. 불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항마촉지인이 그 모습이다). 그러자 지평선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우주의 어머니 여신의 음성이 들린다. "여기에 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은 세상을 향하여 줄 것을 다 주어 버린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 명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니 그만두어라." 그러자 다르마가 타고 온 코끼리가 석가를 경배하자 마군의 무리는 꿈같이 사라진다. 그날 밤 석가는 깨달음을 얻고 그로부터 50 여 년 간 인류의 스승으로 자아의 속박으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치게 된다. (신화의 힘,pp264~265,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고려원 / 신화의 세계, pp140-141, 조지프 캠벨 지음, 과학세대 옮김 / 인터넷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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