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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First jump

Morpheus: Tank, load the jump program...
점프가 결정적인 잣대이다. 네오가 점프에 성공한다면 하산해도 좋을 것이다.
Morpheus: You have to let it all go, Neo, fear, doubt, and disbelief. Free your mind.
스타워즈의 열성팬들이 항상 '포스가 함께 하기를' 이라고 인사하듯이, True follower들에게 이 말은 자신들에게 직접 하는 말로 들린다고 한다. 내게도 그렇게 들리는 걸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모피어스는 간단하게 점프를 성공했다. 이번에도 바닥을 박살내 버렸다. 그런 점프를 할 수 있다면 착지도 사뿐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왜 그럴까. 짐작이긴 하지만 Wachowski형제에게 영향을 미친 쿵후 영화와 Japanimation의 차이점이 아닌가 한다. 내가 이 업계의 전공자도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관객으로서도 둘 사이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쿵후 영화의 점프 혹은 경공은 무척 가볍다. 경공이란 것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이긴 하지만. 중국 영화의 점프는 깃털처럼 가볍고 움직임의 속도가 일정하며 착지도 사뿐하다. 와호장룡을 보면 잘 나타난다. 이에 반대 일본 닌자식의 점프는 폭발적으로 점프하며 날아가는 속도가 아주 빠르고 착지도 중량감이 있다. 무사 쥬베이에 잘 나타난다. 물론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냥 높이 점프했으니 착지하는 충격에 바닥이 깨진 것일 수도 있다. 사소한 얘기였으니 지나가자. 정말 중요한 것은 Free your mind가 되겠다.

Neo: Whoa.... Okie dokie. Free my mind.
Okie dokie는 사전에 없다. 알겠다는 뜻으로 흔히 쓰는 구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긴 말인지는 모르겠다. 조금 전에 모피어스를 이긴 네오이지만 이번엔 곧장 따라하지 못하고 일단 눈치를 본다. 옥상 끝으로 가서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먼지 살펴본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성공할지를 놓고 설왕설래 하지만 사실 이미 실패했다. 얼마나 높은지를 보는 행위 자체가 아직도 눈에 보이는 대로 이 높이를 가짜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멀리 뛰어야 할 테니까 뒤로 한껏 물러서 도움닫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방금 모피어스가 보여주었지만 네오는 방금 모피어스의 말을 듣고서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네오가 성공할 것이냐를 놓고 모두 얘기하는 것을 들어 보자. 만약 성공한다면 그것도 첫번째에 성공한다면 네오는 비범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트리니티는 네오를 응원한다. 매트릭스를 사랑 이야기로 보는 관점에서는 트리니티의 마음이 네오에게로 돌아선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이팍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나중에 다시 말하겠지만 에이팍의 말은 언제나 옳아야 한다. 결과는 무엇인가. 네오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고로 아무 뜻도 없다는 스위치의 말은 네오는 평범하다는 뜻이다. 실패를 보고 사이퍼가 트리니티에게 빈정대지만 트리니티는 없다. 사이퍼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행동인 것이다. 이때 트린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당연히 영어의 약칭이니 애칭이니 하는 것이 되겠다. 나나 다른 많은 팬들이 VHS 케이스에 대해 가지는 작은 불만도 이것 때문이다. 왜 거기에 트린이라고 써 놓아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현실로 돌아온 네오의 입에서 피가 난다. 모피어스의 대답은 이렇다.
Morpheus: Your mind makes it real. The body cannot live without the mind.
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는 하겠지만 여기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긴 하다. 이원론적이고 관념론적인 입장이라고 하면 맞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심리철학에 대해 내 지식이 전무에 가까우니 정확하고 자세한 해설을 해 줄 수가 없어 안타깝다. 앞서 The real world에서 인식론적인 지식과 함께 심리철학에 대한 지식도 함께 갖추기를 당부했었는데 바로 이 대화가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한 심리철학적인 주제를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마음은 실체가 있는가, 마음과 몸은 하나인가 둘인가, 마음이 먼저인가 몸이 먼저인가에 대하여 진지한 지식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서점과 도서관에서 심리철학 분야의 서적을 꾸준히 찾아 볼 수 있다. 교양서적 정도로 쉬운 것은 없지만 대학교재 정도의 난이도인 책들이 많으므로 소양이 있는 사람은 읽어서 이해를 넓히기를 권한다.

훈련으로 지친 네오에게 트리니티가 식사를 갖다 준다. 그리고 이를 질투하는 사이퍼. 트리니티는 아직까지 표면적으로는 태연한 척 대답한다. 돌아서는 트리니티를 바라보는 사이퍼의 시선이 끈적끈적하다. 사랑 이야기로 보는 입장에서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 우선 사랑과 믿음에 이끌려 네오에게 식사를 갖다주는 트리니티의 갸륵한 행동이라 말할 수 있겠다. 또 하나는 영화의 전체 구도를 삼각관계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리니티를 놓고 네오와 사이퍼가 연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트리니티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도 있긴 하다. 재미있는 설명이고 Wachowski형제가 영화를 중의적으로 해석하기를 희망한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의미에 따르기를 바란다.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사랑 이야기로 보는 해석은 닭살스러우니 이정도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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