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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Dodge this

모피어스의 대머리를 붙잡고 씨름하던 스미스 요원에게 존스 요원과 브라운 요원이 들어와서 질책한다. 아. 스미스 요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로고. 그동안 엘리베이터 안에서 트리니티는 폭탄을 설치하고 있다. 뭔지 몰라도 복잡하게 생긴 것이 꽤 폭발력이 큰 물건인가 보다. 네오는 Emergency Stop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세운다. 디스플레이가 41층에서 정지했다는 것을 알린다. 바로 그 다음 순간을 보라. Have a nice day. 바로 네오의 사무실에서 FedEx Man이 했던 말 아닌가. 참 오래도 걸려서 여기까지 왔다. 당연히 오늘은 Nice day가 될 것이다. 왜 엘리베이터를 폭파시키는지 혹시 궁금한 사람을 위해서 상식적인 설명을 하자면 경찰 병력이 반격해 쫓아 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폭탄을 장치하고 엘리베이터 위로 올라간 네오와 트리니티. 케이블을 네오의 몸에 고정하고 엘리베이터를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이때 네오는 뜬금없이 말한다. Neo: There is no spoon. 바로 이 말. 내가 오늘날 이런 가공할 광기를 부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말에서 비롯되었다. 매트릭스가 비디오 가게에서 굴러다닌 지도 꽤 된 어느날 나는 매트릭스를 처음 보았고 빠져들었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탐구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대충 알아 들었었다. 종교적이니 철학적인 상징이니 하는 큰 것들은 영화 잡지에 실린 것 만큼은 알아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걸렸었다. 갑자기 웬 숟가락 타령인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영어의 관용 표현이거나 속담이나 뭐 그런 것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영어 좀 한다는 사람한테 여러 번 물었었지만 모두 모른다는 답 뿐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거듭해서 보다가 이 말이 바로 스푼 보이가 했던 바로 그 말이라는 것을 늦게서야 깨달았다. 그때부터 영화의 세세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누누히 말한 것처럼 결코 한 번만 나오는 것은 거의 없이,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두번 세번 반복된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채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Dew의 홈페이지와 Jen의 홈페이지에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네오는 왜 지금 이 말을 하는가. 이 말은 듣는 그때부터 네오에게 화두가 된 것이다. 매트릭스의 허구를 깨닫고 네오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여 '그'로 만들어 줄 화두에, 열세단계 중에서 일곱번째 단계인 몽중일여의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조금만 더 정진하면 네오는 깨달을 것이다.

케이블을 끊자 엘리베이터는 떨어지고 네오와 트리니티는 옥상으로 올라간다.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 대비가 된다. 심진을 탈락해야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떨어진 엘리베이터에서 터진 폭탄은 엘리베이터의 문을 날려 버린다. 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Dew의 설명을 오라클을 만나기 전에 했었는데 여기서 다시 하는 것이 좋겠다. 문은 인생에서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문은 인생의 새로운 기회와 상승을 상징하며 내면적으로는 미지의 영역으로의 초대이다. 많은 문화권에서 문은 안전과 불안전의 사이에 있는 길을 상징한다. 엘리베이터에 폭탄을 터뜨려 문이 부셔져 나간다. 이것은 이제 더 이상 생각하고 망설일 것은 없어졌다는 상징인 것이다. 여기에 어울리는 먼 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하나를 해 주겠다.

하늘의 주인이신 라이스 엘 - 아플라크님이 갑자기 아프가니스탄에 나타나 몇 마디 은밀한 연설을 하고 사라지셨다. 그가 말하기를, 나를 보러 오는 자들 거의 모두가 인간에 대하여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더구나. 무엇보다도 이상한 것은, 인간이 오로지 개량Improvement을 말미암아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인간은 깨닫기 위해서 무엇인가 덧보탤 필요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미 붙어 있는 딱딱한 부착물들을 벗겨버릴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을 아는 자만이 장차 나를 이해하리라. 인간은 언제나 무슨 가르침이나 관념 따위를 더 많이 얻어 포함시키는 쪽만 생각한다. 그러나 참으로 지혜로운 자는 오히려 인간을 눈멀고 귀먹게 하는 것들을 벗겨내어 버림으로써 큰 가르침을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낙타 나누기, 이현주, 당그래).

화재가 났으니 건물은 정전이 되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한다. 의외의 습격을 당했으나 품위를 잃지 않고 있던 요원들도 물세례를 맞아 버렸다. 스프링클러를 쳐다보는 일도 삼위일체인 세 요원들. 그리고 스미스 요원이 하는 말. Agent Smith: Find them and destroy them. 어디서 들은 말 같지 않은가. 그렇다. 네브가 파수꾼을 피해서 숨을 때에 도저가 파수꾼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한 그 말과 바로 닮았다. 자. 요원들 출동. 브라운 요원은 곧바로 옥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아챘다. Pilot: I repeat, we are under attack. 이때부터 나오는 음악이 Bullet-time이다. 바로 불릿-타임 장면까지 나올 음악인 것이다.

옥상에선 네오와 트리니티가 한창 싸우고 있는 중이다. 모두 잘 싸우지만 네오는 결정적인 순간에 트리니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공포영화든 액션영화든 뒤를 조심하라는 법칙은 공통인가보다. 다 처치한 줄 알았는데 뒤에서 뭔가 걸어 오는 소리. 아. 이것이 요원이라는 것을 네오와 트리니티 모두 직감했다. 네오는 속사수처럼 최대한 빨리 총을 뽑아서 쏘지만 요원은 그것을 모두 피해 버린다. 총알이 떨어졌다. 이젠 브라운 요원이 총을 뽑는다. 네오는 트리니티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트리니티라고 요원과 정면대결하여 이길 수는 없다. 드디어 브라운 요원의 총이 불을 뿜고. 그 유명한 불릿-타임 장면이 나온다. 네오는 몇발을 피하지만 결국은 총알에 쓰러진다. 모두 피했다면 네오가 '그'라고 믿어도 될만한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브라운 요원의 그림자가 네오의 얼굴 위로 드리운다. 태양을 등지고 선 요원은 총을 들어 태양을 가린다. 태양은 오라클의 아파트에서도 나왔었고 앞으로도 더 나올 것이다. Agent Brown: Only human. 이때 바로 뒤을 보지 못한 브라운 요원에게 트리니티의 총구가 박힌다. Trinity: Dodge this. 이 장면은 정말 만화처럼 원근감이 두드러지지 않는가. Bill Pope에게 오스카를 주어야 한다. 요원은 죽지 않으니 대신 헬기 조종사만 죽었을 뿐이다. 이름표에 KIM이라고 쓰여 있다. 오라클의 아파트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KYM이란 낙서가 있던 것과 연관이 있을까 생각 중이지만 아직은 없다는 생각이다. Revisited엔 이 장면의 촬영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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