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The Matrix / 19. Dealing for bliss
홈으로
The Matrix로
이전으로 / 다음으로

19. Dealing for bliss

밤에는 모두 자고 불침번만 남아 혹시 파수꾼이 오지 않는지 매트릭스에 무슨 사건이 생기지 않았는지를 지켜본다. 사이퍼가 야간 불침번을 서고 있을 때에 네오가 다가간다. 화들짝 놀라는 사이퍼.
Cypher: Whoa! Neo! You scared the bejeezus out of me.
왜 놀랄까. 이유는 한가지. 도둑이 제 발이 저린 것이다. 바쁘게 뭔가 작업하고 있던 것은 몰래 스미스 요원을 만나기 위한 일인 것이다. 금방 꺼버리지 않는가. 해야 할 일이라서 하고 있었다면 숨길 이유가 없다. 한가지 더. 놀라서 내뱉는 말에도 Jeezus가 들어간다. 내 한정된 영어 지식으로는 이것도 심상치 않게 보인다. 영어 좀 하시는 분의 Feedback을 바란다.

암호화된 매트릭스를 보면서 신기해하는 네오에게 사이퍼는 파계승의 타락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이 염불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처럼 사이퍼에게 보이는 것은 여자들 뿐이란다. 금발 머리, 갈색 머리, 빨간 머리... 사이퍼가 배신하는 이유는 여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트리니티에게 차인 처지에다 네브 안에는 금발 여자란 없으니까. 거기다 술까지. 뭐 그렇게 나쁜 의도는 아니다. 한국인이 특히 그렇듯이 술이나 함께 마시면서 친하게 지내자 뭐 그런 뜻 되겠다. 네오는 술 한 모금에 기침을 한다. 매트릭스 안에서는 마셔 보았겠지만 실제로 마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이때 사이퍼가 알콜의 효능에 대하여 말해 주니 하나는 각종 오물을 청소하는 유익한 것이고 하나는 뇌세포를 죽여 건강을 해치는 일이니 마시는 알콜음료에 식품위생법이 부과한 경고의무를 여기서도 수행하고 있음을 우리는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잔 했으니 이제 진심이 드러날 차례이다.

현실 세계로 깨어난 것을 후회하는 사이퍼. 아직 생각이 정립되지 않았을 네오의 마음을 떠보는 듯이 말한다.
Cypher: Did he tell you why he did it, why you're here?
왜 데려왔는지. 모피어스가 네오를 '그'라고 믿기 때문에 데려 온 것은 아는 일이지만 네오 스스로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의 뜻은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옳다.
Cypher: Jesus. What a mind job. So you're here to save the world. What do you say to something like that?
단순한 감탄사로 볼 수도 있지만 네오에 대한 호칭으로도 역시 맞아 떨어지는 단어 아니겠는가. 장난스럽게 네오를 구세주라고 불러 주고 있다. 복음서에는 예수의 운명이 고난이나 조롱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이 장면하고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사이퍼의 행동에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생길 수 있다. 모피어스가 네오를 믿고 네오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이퍼가 배신할 때에 네오를 팔아 넘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사이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이퍼는 믿지 않기 때문이다. 모피어스의 믿음도 관심없고 네오가 '그'인지 아닌지도 관심 없기 때문에 요원이 현재 가장 원하는 대상을 넘겨줄 뿐인 것이다. 그저 빨리 발전소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사이퍼가 더 생각이 있었고 네오가 비범함을 더 보여 주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Cypher: A little piece of advice. You see an agent, you do what we do. Run. You run your ass off.
트리니티가 네오를 모피어스와 처음 만나게 해 주기 전에 충고를 했듯이 사이퍼도 충고를 해 주지만 모피어스를 믿거나 네오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오가 요원과 마주쳤을 때에 어떻게 하는가 생각해 보라. 정반대로 행동한다. '그'가 되는 길은 오라클이 말하듯 사랑에 빠진 것처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과정인 것이다. 그러니 남과 똑같이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Cypher: Sweet dreams.
화면은 빗물처럼 떨어지는 매트릭스 코드로 다가간다. 매트릭스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꿈나라로 가는 사람은 네오가 아니라 사이퍼이다. 사이퍼는 다른 사람 몰래 매트릭스로 들어가 스미스 요원과 거래를 한다. 네오한테는 요원을 보면 도망가라고 충고했지만 자신은 도망가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고급 식당에서 푸짐한 식사를 즐기면서 요원과 협상을 하고 있다. 사이퍼와 유다의 공통점에 대하여 Dew가 좋은 지적을 해주었다. 유다와 사이퍼의 배신은 모두 식사와 함께 굳어진다. 유다는 예수와 최후의 만찬을 하고 사이퍼는 스미스 요원과 최고급 만찬을 즐긴다. 최후의 만찬에서 유다가 예수와 술잔을 같이 하고 사이퍼는 흥정의 직전에 네오와 술을 같이 마셨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가장 먼저 궁금할 것은 왜 사이퍼의 이름이 Reagan인가 일텐데 이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미국의 40대 대통령의 이름이다. 왜 사이퍼에게 이런 이름을 주었는지 살펴보자. 사이퍼는 스미스 요원에게 자기를 다시 발전소에 꽂아줄 것과 아무 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란-콘트라 스캔들에서 보인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다. 1986년 11월에 드러난 이 스캔들의 내용을 소개하면 레바논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석방시킬 목적으로 전쟁중인 적국 이란에 무기를 팔았으며 이로써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람보처럼 당당한 공식입장과는 반대의 치사한 행동을 비밀리에 했다는 점과 무기판매대금으로 의회가 법으로써 금지한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다는 점 때문에 가장 큰 정치적 문제였다. JFK 암살과 함께 정부가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대표적인 경우로 미국인들 사이에 이른바 음모론Conspiracy theory이 확산되게 한 사건이었다. 특별검사와 청문회가 소집되어 관련자들이 기소되었는데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알고 있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시종일관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함으로써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국가안보위원회NSC의 인물들이 기소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지만 레이건 대통령이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느냐에 대해선 미국인들 대부분이 회의적이다. 또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이 된 부시가 관련자들을 사면하자 의혹은 더욱 커졌다. 레이건은 임기가 끝난 후에 알츠하이머 병을 앓는 것이 공개되었는데 알츠하이머 병이 기억손실을 일으키는 점을 생각하면 그때에 모른다고 했던 대답이 뒤에 와서 정말이 된 셈이니 우스꽝스러운 꼴이다. 아무 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요구와 함께 부자에다 영화배우처럼 유명해지고 싶다고 요구한다. 레이건 대통령의 전직은 영화배우였다. IMDB의 자료에 의하면 정치에 뛰어들기 전에 이미 40 여편에 출연했고 현재까지 약 120 여편의 영화와 TV물에 등장했다. 사이퍼의 이름에 대해서 악마성을 주장하는 이야기도 있다. Cypher란 이름이 Lucipher의 변형이라는 주장이다. 레이건도 악마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었다. 왜냐하면 그의 이름 Ronald Wilson Reagan은 각 단어가 6자로 되어 있어서 6 + 6 + 6 이기 때문이었다. 사이퍼가 Middle name을 가지고 있는지는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Cypher 와 Reagan도 6자씩인 것은 같다.

Cypher: After nine years, you know what I realize?
왜 9년인지는 알 수 없다. 레이건 대통령은 연임했으므로 8년의 재임기간을 갖는다. 9년이란 퇴임 후일 테니 레이건에게는 위선자의 부담을 벗어버린 때이고 사이퍼에게는 불만스러운 현실을 견디기를 포기한 때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Cypher: Ignorance is bliss. 이 말을 경축하기라도 하듯이 식당에는 아름다운 하프 연주가 흐른다. 스미스 요원이 요구하는 정보는 시온의 메인프레임 접근 코드. 이 말을 통해서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현실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 짐작할 단서를 얻는다. 사실 영화에서 현실 세상을 보여주는 예는 적다. 스미스 요원의 말은 매트릭스 쪽에서 시온의 메인프레임으로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즉 매트릭스와 시온의 메인프레임은 서로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접근 코드를 알 수 없어서 요원이 침투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브의 사람들 중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은 모피어스 뿐인 점도 알 수 있다. 사이퍼는 모피어스를 넘겨 주기로 약속한다.

자. 여기서 나는 무지무지 심각하게 웃지 않을 수 없다. 무엇에 대하여. 바로 사이퍼의 어리석음에 대하여이다. 모피어스를 넘겨 준 다음에 다시 발전소에 꽂혀 지난 기억은 지니고 싶지 않으니까 모두 잊게 해주고 새로운 사람처럼 부자에다 유명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문제는 그게 실현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스미스 요원이 약속한 것을 사이퍼가 얻어 낼 수 있을까 묻는다면 결코 아니다. 왜 그런가 하면. 발전소에 꽂혀 지난 기억을 모두 잊어 버린다면 이 약속까지도 모두 잊게 될 것이다. 그점을 이용하여 요원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약속한 대로 하지 않고 지하철 역의 노숙자 신세로 만들어 버린다고 해도 사이퍼는 약속이 있었다는 것 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므로 전혀 항의할 여지가 없다. 더구나 발전소에 꽂아 기억을 지우고 새 인생을 만드는 것은 온전히 요원의 손에 달린 일 아닌가. 사이퍼는 완전히 손해보는 거래를 한 것이다. 그러니 어찌 웃지 않을 수가 있는가.
한 가지 더 필수적인 질문은 사이퍼가 다른 오퍼레이터의 도움 없이 어떻게 혼자서 매트릭스로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었는가에 관한 것일 게다. 답은 모두 보편적이다. 여기에 2002년 5월 3일의 nKINO스페셜에서 김정대의 설명을 옮겨 적는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그 바로 전 장면에 있다. 무언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던 사이퍼의 등뒤로 네오가 다가와 말을 걸자 사이퍼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앞에 있던 모니터를 황급히 꺼버린다. 즉, 그때 그는 매트릭스 안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자동 의식 전송 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있던 것이다. 이들에게 오퍼레이터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AI의 눈을 피해 하드 라인을 통해 그들을 현실 세계로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이다. 사이퍼의 경우는 스미스 요원과 만나기 위해 매트릭스 안으로 들어간 것이었기 때문에 AI의 감시망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하드 라인을 통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의식을 다시 현실 세계로 다운 로드 시킬 수 있도록 일종의 ‘타이밍’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던 것이다."

지금까지 꿈나라에서 고급 식당의 훌륭한 음식을 먹었으니 이제 현실로 돌아와 꿀꿀이죽 아침식사를 할 차례이다.

이전으로 /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