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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Cypher's burnout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치던 영화의 호흡이 가빠진다. 앞으로가 진짜 볼만한 클라이막스가 될 것이라는 예고 아니겠는가. 빠르게 지나가는 짧은 대화 속에서 우리는 작지만 놓칠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Trinity: God-damn you, Cypher.
그렇다. 사탄이든 유다든 모두 신으로부터 Damn 당한 존재들이다.
Cypher: Don't hate me, Trinity. I'm just a messenger.
사탄도 처음엔 천사의 하나였는데 타락하여 악마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말했다. 넓은 의미로 사탄이나 신에 저항하는 다른 악마도 넓은 의미로 천사의 개념에 포함된다. 히브리어로 천사를 뜻하는 Malach는 바로 Messenger란 뜻이다. 그리스어 Angelos에서 유래한 영어의 Angel도 역시 Messenger란 뜻이다.
Cypher: and right now I'm going to prove it to you. If Morpheus was right, then there's no way I can pull this plug. I mean if Neo's the one, then there'd have to be some kind of a miracle to stop me. Right? I mean how can he be the one if he's dead? You never did answer me before. If you bought into Morpheus' bullshit -- come on -- all I want is a little yes or no. Look into his eyes, those big pretty eyes and tell me. Yes or no.
사이퍼가 네오의 플러그를 뽑으려는 상황이다. 완전한 승리를 눈앞에 두고 도취된 사이퍼. 속수무책으로 믿고 사랑하는 네오가 죽는 것까지 보아야 하는 트리니티의 모습이 교차된다. 주목할 것은 표정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트리니티의 망설임이다. 배우가 연기를 잘했고 못했고는 나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트리니티는 왜 망설이는가이다. 바로 자신에게 내려진 예언 때문이다. 사이퍼가 네브 안에서 네오의 플러그를 뽑기 직전이니 네오가 '그'임을 믿는다고 말하면 사이퍼가 네오를 죽여서 그 믿음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말 것이다.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 자신의 믿음을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 한번만 거짓말해도 좋지 않느냐.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트리니티도 네오를 믿고 있을 뿐더러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역시 사이퍼는 네오를 죽일 것이고 트리니티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예언이 성취되지 못하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네오의 플러그를 쥐고 있는 사이퍼에 의해 조롱당할 뿐인 것이다. 사이퍼가 Miracle을 말했는데 이건 잠시 후에 탱크에게서 다시 듣게 될 것이다.
Trinity: Yes.
자막은 보인다. 그런데 트리니티의 목소리는 작아서 들리지 않는다. 트리니티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나타난 탱크. 영화의 공식이랄까. 악당은 항상 승리를 앞두고서 자기 자랑을 길게 늘어놓다가 반격을 당하고 만다. 왜 그렇게 말이 하고 싶을까. 그냥 빨리 처리하고 신속하게 승리를 결정짓고 난 다음에 그 이후를 즐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헐리우드 영화의 악당 중에서 이런 순간에 말을 아끼는 악당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쁜 놈 역사의 불변률이라고 하겠다.
Cypher: No. I don't believe it.
Tank: Believe it or not, you piece of shit, you're still gonna burn.
절묘한 점은 이것이다. 네오는 트리니티가 사이퍼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 트리니티가 Yes라고 대답한 것이 무슨 이야기를 두고 한 말인지 모른다. 트리니티는 믿음이자 동시에 사랑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당당하지 못한 목소리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사이퍼가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말은 트리니티의 말을 믿고 안 믿고가 아니라 탱크가 나타나자 믿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에 탱크는 믿든 안 믿든 상관 없다면서 죽여 버린다. 탱크는 사이퍼와 트리니티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제대로 들었을까. 이것이 참 재미있는 점이고 잘 짜여진 장면이다. 트리니티와 사이퍼와 탱크가 각각 믿고와 안 믿고와 믿든 안 믿든을 몇 초만에 연속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뜻은 서로 제각각이다. 서로 한마디씩 했는데 결과적으로 트리니티는 고백을 하지 않은 셈이 되어 버렸다. 트리니티로 하여금 고백하도록 강요하고선 다시 그것을 아무도 눈치 못채게 덮어 버렸다. 나는 이 장면을 아주 좋아한다. 아주 짧게 지나가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없이 스릴을 느끼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트리니티의 망설임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 트리니티의 망설임은 대단히 중요한데 이것을 이해하는 또다른 힌트는 무사 쥬베이이다. 다음에 망설일 때에 계속 설명하겠다.

이 사건이 벌어진 전파상TV repair shop에는 텔레비전이 벽에 가득하고 마치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듯하다. 네오가 갇힌 심문실처럼. 그러나 다른 점이 있으니 텔레비전이 모두 꺼져 있다는 점이다. 뭔가 상징하기 위해서 집어 넣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Dew는 나름대로의 설명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나는 이렇다할 설명이 아직은 없다.

트리니티는 돌아왔다. 탱크는 상처를 입었고 나머지는 죽음을 당했다. 모피어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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