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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 Story

열린사회와 그 적들 i

플라톤과 유토피아
칼 R. 포퍼 · 이한구 옮김
민음사
열린사회와 그 적들 ii

헤겔과 마르크스
칼 R. 포퍼 · 이한구 옮김
민음사

Trinity: It's unbelievable. I didn't think self-substantiation is possible.
Neo: Apparently, it is.

과학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오류 수정의 기제가 과학 자체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은 기존 이론이 지니고 있는 오류를 발견하려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과학에서 해서는 안되는 질문은 없다. 아무리 증명하기 어려운 문제라도 상관없다. 과학에는 신성불가침의 진리 같은 것은 없다. 모든 아이디어를 회의적인 태도로 가장 엄격하게 검사함과 동시에 모든 아이디어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과학의 개방성이 옥석을 가려준다.

이러한 반증가능성과 테스트 가능성이 진정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구분하는 포퍼의 척도이다. 포퍼는 과학철학의 입장을 사회에도 적용하여 열린사회를 규정하며 지향한다. 포퍼가 말하는 열린사회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확보된 사회이며, 개인이 그의 이성에 입각해서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회이다. 이때 자유란 다수와 의견을 달리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인간 진보의 원천으로서의 자유이며, 권리란 자신의 지배자를 비판할 수 있는 권리이다.

열린사회를 파괴하고 그 발전을 저해하는 최대의 적은 역사주의라고 포퍼는 말한다. 역사주의란, 인류의 역사는 하나의 계획을 갖고 있으므로 이 계획의 정체를 밝혀 내기만 한다면 과거의 역사를 완전히 해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역사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런 역사주의에 입각하여 만들어 진다는 국가, 예를 들어 마르크스의 공산국가는 스스로를 역사의 완벽한 종착점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국가 내부에 어떠한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할 여지는 전혀 없으며, 오로지 공산주의 제도와 법률이 불변의 진리가 되기 때문에 어떠한 변화도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유토피아주의도 열린사회의 적이다. 탁월한 지혜를 가진 철학자가 지배하는 이상국가라는 플라톤의 철인국가도, 내용을 보자면 종족주의와 선민사상의 옹호이며 계급 구분을 신성시하는 불평등국가이며 역시 마찬가지로 모든 사회적 변화를 악한 것으로 보는 닫힌사회인 것이다.

완전한 사회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포퍼의 주장이다. 어느 사회든지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제도에 숨겨졌던 문제점이 나중에 드러나기도 하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가이다. 포퍼는 과학이 발전한 방법처럼, 개인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점진적으로 사회를 개선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포퍼가 희망한 열린사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사회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사회일 것이다. 물론 포퍼의 철학도 완벽한 것은 아니기에, 이후의 철학자들로부터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아 왔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포퍼는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 훌륭한 저작을 남긴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Popper: I knew.. You'd save me.
Neo: I didn't save you, kid. You saved yourself.

이렇듯 과학과 민주주의는 닮았다. 방법론에서 닮아 있음은 물론이고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과정도 그렇다. 그리고 과학과 민주주의가 우리 인류에게 가져다 준 혜택과 가치는 지금 어느 누구도 인정하듯이 소중한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포퍼의 철학과 잘 어울리는 칼 세이건의 저작을 함께 읽어 보기를 권한다. 칼 세이건도 역시 과학과 민주주의의 밀접한 관계를 파악하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책의 한 부분을 할애하여 그런 뜻을 전하고 있다. 세이건은 과학의 진정한 중요성은 단순히 눈부신 결과가 아니라, 과학과 민주주의가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과학은 특권적 지위를 요구하지도 않고, 아무 것도 숨기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동일한 가치를 추구한다. 실험과 관찰을 통해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려는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는 과학은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의견과 활기찬 논쟁을 유도함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점은 사이비 과학과 반反과학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올바른 과학적 사고의 우수함과 합리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은 점이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포퍼가 아니라 세이건을 인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포퍼와 세이건 모두 근래까지 우리 곁에 생존했던 사람들이다. 같은 시대를 살다간 현명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작은 촛불

칼 세이건 · 이상헌 옮김
김영사, 2001년
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

Carl Sagan & Ann Druyan
1997, Ballentine Books
(1995, Random House)